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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느는데 댈 곳은 없고… "울릉도 항구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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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느는데 댈 곳은 없고… "울릉도 항구를 잡아라"

입력
2015.06.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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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사끼리 생존 건 선석 확보전

도동-저동-사동항 순서 희망

너도나도 도동항 가까운 "저동항"

가장 기피해온 사동항도 이미 '만원'

관광객 늘어도 추가 운항 곤란… 섬 반대쪽 현포항 취항도 '검토'

배를 대기 편하고 승객들이 편리한 울릉도 항구를 선점하라. 울릉도에 취항 중이거나 예정인 여객선사에 내려진 특명이다. 울릉도 관광경기가 되살아날 조짐과 함께 항구부족 사태도 심화하고 있다. 접안 하기 편하고 승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선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포항-울릉간 여객선을 운항하는 대저해운은 최근 독도-울릉 노선에 새 배를 띄우기 위해 저동항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자 독도-울릉간 여객선을 운행하는 돌핀해운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저동항은 사동항을 쓰던 돌핀해운도 그 동안 희망해 왔으나 불발됐기 때문이다.

울릉군 등에 따르면 울릉도에 여객선이 접안 할 수 있는 항구는 도동항과 사동항(울릉신항), 저동항 3곳이 있다. 여객선사들은 울릉군청과 경찰서 등 기관이 몰려 있고 민박집 등 숙박업소가 많은 도동항을 선호한다. 하지만 원래 여객선 부두를 고려한 항구가 아니라 좁고 사고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그 다음이 저동항이다. 원래 어항이었지만 여객선이 접안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고쳐 지금은 복합항이 됐다. 도동에서 불과 3㎞밖에 되지 않아 2번째 선호항이 됐다.

사동항은 도동항 대체항구로 개발됐지만 도동에서 5.2㎞나 된다는 게 단점이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울릉도에서 이 정도 거리는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울릉군과 포항해양수산청은 지난 2013년 원칙적으로 모든 여객선은 사동에 조성된 울릉신항을 이용할 것을 지시했다. 배가 커 울릉신항에 접안이 어려운 대아해운의 썬플라워호만 예외다.

문제는 사동항도 만석이 되면서 불거졌다. 만석이 된 지 2개월 뒤 울릉도 독도에 취항한 씨스포빌의 씨스타호는 어쩔 수 없이 저동항을 쓰게 되는 행운을 잡았다. 다른 여객선사들도 저동항 사용을 허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대저해운까지 울릉도 독도항로에 신규 취항할 썬라이즈호의 저동항 사용을 신청하자 사동항을 거점으로 한 다른 울릉도 독도 취항 여객선사들이 발끈하게 된 것이다.

저동항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어선 입출항에 방해를 우려한 어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마지막 남은 1개 선석을 태성해운 우리누리호가 정박지로 차지하면서 만석이 됐다.

대저해운은 저동항을 차지해 온 태성해운이 올 3월 우리누리호의 운항 시간대 변경으로 주 계류지를 포항으로 바꾸자 재빨리 저동항 취항을 신청했다. 대저해운은 행여 저동항 사용이 불허될 것을 우려해 겨울철 선박 정기검사로 운행을 중단하는 포항-울릉 노선에 울릉도 독도간 신규 여객선 썬라이즈호를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대저해운이나 돌핀해운의 경쟁 결과와 무관하게 앞으로 당분간 울릉도 3개 항에는 여객선이 새로 취항하기 어렵게 됐다. 비집고 들어갈 항구가 없기 때문이다. 사동신항 확장공사가 끝나야 하지만 언제 마무리될지 미지수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도내 부족한 항만시설 문제는 사동신항 2단계 사업이 완공돼야 해결되는데 2019년 준공 예정인데다 현재 공사진척 상황에 비춰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울릉도 관광경기가 나아져도 항구가 부족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울릉도내 항구 경쟁이 가열되자 선박 최다보유 씨스포빌은 도동항에서 22.9㎞나 떨어진 정반대편 현포항 취항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묵호-울릉을 다니는 씨스타1호를 현포항에 접안 하는 등 수심과 안전 여부 등을 살펴봤다.

씨스포빌 관계자는 “선사간 항구 선점 경쟁이 치열해져 눈치 작전은 물론 상호 비방도 심각한 상황이라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며 “현포항 접안이 가능해지면 가장 큰 배인 묵호-울릉 노선의 씨스타 7호를 제외하고 울릉 전 노선의 여객선을 옮길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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