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연속 소환 與선대위 김모씨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
대선자금 배달사고 구도 흔들려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 꽂힌 ‘불법 대선자금’일까, 특정 개인에게 제공된 ‘불법 정치자금’일까. 2012년 대선 즈음 경남기업 관계자가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 김모(54)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제의 2억원’은 그 동안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핵심인 대선자금 의혹을 파고들 매개체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보다는 김씨의 개인비리 쪽으로 검찰 수사의 방향이 틀어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지난달 29일 첫 소환한 김씨를 30일과 31일에 이어, 1일에도 다시 부르는 등 나흘 연속 고강도 조사를 이어나갔다. 수사팀은 지난 대선을 앞둔 시점에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돈 2억원이 김씨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관련자 진술과 보강 증거들을 통해 이미 확인한 상태다. 수사팀 관계자는 “특정 인물을 소환할 때에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을 때”라면서 “김씨를 상대로 확인할 사항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는 결국 금품의 구체적인 성격과 최종 종착지다. 특히 성 전 회장 메모의 ‘홍문종 2억’, ‘부산시장 2억’과 금액이 같다는 점에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나 서병수 부산시장과의 연관성이 주목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서 본부장 급의 핵심 실세들이었다.
언론사 정치부장 출신이자 충청포럼 회원으로 성 전 회장과 가까웠던 김씨는 2012년 초 정치권에 뛰어들어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수석부대변인을 지냈다. 그가 경남기업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돈 전달’ 역할을 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홍준표(61) 경남지사 사건에서 전달자로 등장했던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비슷한 위치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윤씨는 검찰 조사 내내 참고인이었던 반면, 김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이다.
수사팀은 김씨가 2012년 총선과 지난해 7ㆍ30 재보선에 예비후보로 나섰던 ‘정치인’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당에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성 전 회장한테서 받았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본다는 얘기다. 이 경우 문제의 2억원의 종착지는 애초부터 김씨가 되기 때문에 ‘대선자금 배달사고’라는 구도도 성립이 불가능하다. 지방 검찰청의 한 간부는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 시절의 대선자금 수사와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대선자금 프레임에서 벗어나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결론이 나올 경우, 검찰로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게 뻔하다. 홍 지사와 이완구(65) 전 총리 수사를 통해 성 전 회장 메모의 신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선자금 의혹은 오리무중에 빠지는 모양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팀이 2억원의 행방과 관련해 ‘김씨가 종착지’라는 맥 빠진 결과를 내놓을지, 아니면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불법 대선자금’ 의혹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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