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6개월 만에 거래액 1만배, 절반은 수익률 5% 넘어… 최대 27%
ETF처럼 가격지수 변동에 투자
기초지수 편입 규정한 종목 적고, 상품 구성 다양하며 규제는 덜해
레버리지형 출시 등 기대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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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첫날이던 지난해 11월 17일 6,559만원에 불과하던 거래대금이 6개월이 흐른 지난달 29일 6,775억원으로 1만 배 넘게 불어났다. 거래량 또한 같은 기간 6,244좌에서 4,710만좌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창 호황세를 타고 있는 증시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샛별, 상장지수증권(ETN) 시장 얘기다.
‘제2의 ETF’로 흥행 돌풍
ETN은 다양한 시장의 가격 관련 지수(기초지수)를 수익률과 연동시킨 파생결합상품이다. 예컨대 누적수익률 1위(5월 29일 현재 26.94%) 상품인 ‘octo Big Vol’(NH투자증권)은 가격변동성이 큰 대형주 10종의 주가로 기초지수를 구성했고, 최근 출시된 상품 중 하나인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신한금융투자)은 국제선물거래소에 상장된 브렌트원유 선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등의 가격지수 움직임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다. ETF가 그렇듯이 ETN은 기초지수에 담는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고 해외시장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으며 증권거래세를 면제받는다.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고 소액투자가 가능해 투자 저변이 넓다는 점도 두 상품의 공통점이다. ETN 상품의 주당 가격은 대부분 1만~2만원이다.
수수료ㆍ추적오차 부담 없어
ETN은 그러나 고유한 매력이 많다. 무엇보다 ETF보다 운용상 규제가 적다. ETN의 주종을 이루는 주식형 상품의 경우 기초지수에 편입하도록 규정된 최소 종목수가 5종목으로 ETF(10종목)의 절반이다. 그만큼 다양하게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선물형 ETN은 단 하나의 선물지수만 따르도록 설계할 수 있다. 상장 심사기간이 ETF의 3분의 1에 불과한 15일이라 시장상황에 맞춘 신속한 상품 출시가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ETN은 증권(증권사 발행), ETF는 펀드(자산운용사 발행)라는 점도 무시 못할 차이다. ETF는 여느 펀드처럼 가입자가 자산운용에 따르는 비용(운용보수)을 부담하는 구조다. 기초지수 증감률과 실제 자산운용 수익률이 일치하지 않는 ‘추적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자산운용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지수 구성 종목 중 일부만 운용자산에 편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ETN 발행기관은 운용 비용과 무관하게 기초지수에 비례하는 수익률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윤채성 신한금융투자 에쿼티파생팀장은 “ETN 가입자는 ETF와 비교할 때 운용수수료를 면제받을 뿐 아니라 추적오차에 따른 수익률 하락 위험에서도 자유로운 셈”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엔 레버리지 상품 출시 전망
ETN 시장 상장종목 수는 개장 당시 10종에서 지난달 29일 기준 18종으로 6개월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익률도 괄목할 만하다. 18개 거래종목 중 절반에 가까운 8종이 상장 이래 5%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고, 그 중 절반은 최대 27%에 이르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기초자산 편입종목이 유사한 ETF 상품에 비해서도 좋은 성적이다. 저금리 시대에 ETN이 대표적 중수익ㆍ중위험 투자상품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ETN 시장 흥행에 힘입어 주식형 위주였던 상품 구성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원유 선물가격과 연동되는 상품 2종이 지난 4월 출시됐고, 상승장 아닌 하락장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인버스 상품도 선을 보였다. 올해 하반기엔 기초지수가 오를 때 2~3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도 상장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문성제 NH투자증권 주식파생운용본부 차장은 “최근 증권업계에서 금융위원회 현장 점검반에 ‘ETF처럼 ETN도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규제 완화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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