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권오갑 현대중 사장 “인력 구조조정 중단” 선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권오갑 현대중 사장 “인력 구조조정 중단” 선언

입력
2015.06.01 18:00
0 0

창사 이래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아 대대적인 인원 감축에 나섰던 권오갑 사장이 인력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했다.

권 사장은 1일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담화문에서 “회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재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도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우리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연이은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내 불안감 해소와 더불어 분위기 반전도 꾀할 시점이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위기경영을 선언하고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과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단행해 왔다. 그 결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선박 2,000척을 인도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를 톤수로 환산하면 지난 한해 동안 전 세계에서 건조한 선박 총 톤수의 2배에 이른다. 권 사장은 이와 관련, 담화문에서 “경영상황이 개선되면 지급하기로 했던 1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조건 없이 지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조선업 경기 불황 등으로 지난해 2분기, 창립 이후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03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은 3분기 이후에도 악화됐고 지난 한해 모두 3조2,500억원의 누적 적자까지 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권 사장은 ‘비정상 관행’과 ‘1등의 오만함’을 겨냥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맡아 양 사 모두 ‘알짜배기’로 성장시킨 권 사장 특유의 위기경영이었다. 제일 잘하고 있다는 현대중공업의 착각에 경종을 울린 그는 부하 직원의 의욕을 꺾는 책임자들에겐 채찍도 들었으며 경쟁력 없는 협력사와 버젓이 계약을 해온 비능률도 뿌리 뽑는 것에서부터 위기경영을 시작했다.

권 사장의 이런 과감한 결단은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임원진 260명으로부터 지난해 10월 일괄 사직서도 제출 받았고 이 가운데 30%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뒤이어 올 초엔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과 현장의 15년차 이상 여직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때 1,500여명이 추가로 정든 회사를 떠났다. 현재 현대중공업엔 2만7,000여명의 직원만 남았다. 추가 구조조정이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권 사장의 이번 담화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고통 분담을 함께 해 준 현재 직원들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하지만 위기경영 체제를 해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에도 1,92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력 감축에 따라 지급된 퇴직위로금이 반영된 수치”라며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 4분기 영업 손실(223억원)과 비슷한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새로운 현대중공업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당분간 계속해서 “재창업의 각오로 힘을 모아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권 사장의 신념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조직 재편이 마무리되면서 이젠 신설된 조직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될 지에 대해 사내외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성과주의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리와 과장 등 젊은 직원들의 승진률을 20% 상향 조정했다. 사업 조직은 원가 절감과 부가가치 창출, 환경 변화 대처, 핵심 역량 강화, 효율성 증대 등을 목적으로 올해 초 큰 폭으로 개편했다. “구매, 생산, 영업, 인사 등 대부분의 권한을 사업본부 대표 또는 본부장에게 넘겨 본부 운영의 전권을 갖도록 하겠다”는 권 사장의 계획이 반영된 변화다.

이번 담화문은 권 사장의 지시로 각 사업본부 대표들이 출근시간에 맞춰 울산 조선소 각 출입문으로 직접 나가 직원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는 방식으로 배포됐다. 담화문 말미에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을 ‘우물’에 비유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마시는 큰 우물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곳을 더럽혀서는 안 되고, 오랫동안 이 우물과 함께 살아가려면 모두 관심을 갖고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살리는 일에 동참해달라”는 호소가 담긴 이번 담화문이 앞으로 현장에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