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대… 최고령으로 기네스 올라
카네기홀 공연한 피아니스트 출신
백혈병ㆍ림프종 환자 돕기 위해 78세 입문, 지금까지 10만달러 모금
92세 여성이 42.195㎞ 마라톤 코스를 완주해 세계 최고령 마라톤 완주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다. 주인공 해리엇 톰프슨 씨는 백혈병과 림프종 환자를 위한 모금 활동을 위해 76세에 마라톤에 입문해 16년 동안 계속 암환자 모금을 위해 뛰고 있으며, 스스로도 두 차례나 암을 극복하며 불굴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톰프슨씨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31일(현지시간)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7시간 24초 36의 기록으로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의 나이는 정확히 92세 93일로 이전 최고령 마라톤 기네스 기록을 74일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10년 호놀룰루 마라톤을 완주한 글래디스 버릴(여) 씨가 보유하고 있었다.
톰프슨씨는 지난해에는 같은 대회에서 7시간 7분 42초의 완주기록을 세워 90대 마라톤 주자 중 최단시간 완주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가 지난해 세운 이 기록은 종전 90대 여성 완주기록을 1시간 30분 가량이나 단축한 것이었다.
톰프슨씨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마라톤이 지금까지 중 가장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 1월 남편과 사별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남편의 간호에 매달리느라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다리 한쪽에 포도구균이 감염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마라톤 참가를 포기하지 않았고, 완주에 성공했다.
그는 “어떤 지점에선 정말 힘들었다. 21마일쯤 달렸을 때 언덕을 만났는데, 마치 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겨웠다”며 “당시 ‘내 나이에 미친 짓’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침내 내리막을 만나자 기분이 좀 나아졌고 아들이 탄수화물을 계속 먹여줘서 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 브레니(56)는 그를 응원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했다. 그는 달리는 내내 훌륭한 페이스를 유지해 감탄을 자아냈고, 결승선에는 그의 사연을 전해들은 참가자들과 시민 등이 몰려들어 신기록의 수립을 축하했다.
톰프슨씨는 원래 육상과는 거리가 먼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음악가들에게는 꿈의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 차례나 공연할 정도로 성공한 연주가였다. 그런 그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것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는 백혈병과 림프종 환자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 “부모와 3명의 남자형제를 모두 암으로 잃었기 때문에 막연히 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한 마라톤을 통해 그가 지금까지 모은 기금은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내가 이렇게 뛰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이 암을 극복하는 데 마라톤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덧붙여 “나는 환자들을 돕고 있고, 그들도 어떤 의미로 나를 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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