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한 유혹'으로 컴백
아직 앳된 얼굴이었다. 차분하면서 조리 있는 말투도 여전했다. 시간을 거슬러 산다 할 순 없어도 시침은 그 앞에서만 정지돼 있는 느낌이었다. 좀 더 안정감 있는 모습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할까.
영화 ‘은밀한 유혹’(3일 개봉)으로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임수정(37)을 1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전작은 500만 관객이 찾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이었다.
임수정은 마카오에서 사채업자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젊은 여인 지연을 연기했다. 도박계의 거물(이경영)과 결혼하면 막대한 부를 상속할 수 있다는 제안에 흔들려 한 남자의 계략에 휩쓸리는 역할이다. 윤재구 감독이 임수정을 떠올리며 각본을 썼다. 임수정은 “각본을 건네 받을 때 그 말을 듣고선 감동 받았다”며 “그런 작품이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지연처럼 인생을 걸만한 유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가끔 신데렐라가 되는 상상을 한다”면서도 “가진 것 이상을 욕심내지 않고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착실히 연기만 하며 그에 따른 보상만 충분히 받고 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꽤 긴 공백을 딛고 현장으로 돌아온 임수정은 지난해 ‘은밀한 유혹’과 ‘시간 이탈자’의 촬영을 마쳤다. 그는 “오랜만에 일년에 두 작품을 하니 현장의 에너지가 느껴져 정말 즐거웠다”며 “앞으로 일년에 적어도 한 작품은 출연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2001년 TV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지 14년. 임수정은 “신인 때와 달리 연기가 좀 더 유연해졌다”며 “오감을 열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연기한다”고 말했다. “막내 스태프의 고충도 눈에 보여 슬쩍 도와준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연기 이력이 붙으면서 다양한 역할의 의뢰가 들어온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20대 초반 역할은 이제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이후 내 나이, 내 감성에 맞는 각본이 들어온다”며 “어려봐야 20대 후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른 중반을 넘어서야 진정한 ‘여배우’가 된 듯하다”며 환히 웃었다.
일상은 스타답지 않게 소탈했다. 임수정은 “쉬는 동안엔 주로 집에 머물며 빨래하고 청소도 하고 꽃꽂이 같은 취미생활도 한다”고 말했다. “3, 4년 전부터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며 “비틀스의 ‘블랙버드’ 등이 자신 있는 곡”이라고도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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