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종자 보복 테러 우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반(反) 이슬람국가(IS) 만평 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각국에서 1,000점에 달하는 작품이 출품됐다고 CNN이 1일 보도했다. 올 들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만평에 대해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인 IS 추종자들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회는 IS를 직접 겨냥한 터라 또 다른 테러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에 소재한 ‘만화의 집’은 최근 당국의 지원을 받아 반 IS 만평 대회를 개최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호주 등 40개국의 만화작가들이 작품 1,000여점을 응모했으며 일부 작가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직접 테헤란을 찾았다.
출품작 가운데는 미국과 이스라엘인들이 IS 대원의 목에 줄을 달고 이를 잡아 끄는 만화와 IS 대원이 심장과 뇌를 집 안에 두고 외출하는 만평 등이 있다. 작가들은 작품에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수염을 피 묻은 칼로 묘사하거나 IS가 이라크 모술의 유적을 파괴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지난달 31일 이들 중 270점을 우수작으로 선정, 수개월 내로 이라크와 시리아 등 IS 창궐지에 전시할 계획이다. 마사우드 쇼자엘 타바타이 심사위원은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IS는 이슬람과 그들 자신을 연관 지으려 애쓰고 있다”면서 “본질적으로 무슬림과 그들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가 IS의 보복 테러를 부추길 수 있어 우수작을 창궐지에 전시하는 계획은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S 추종자들은 지난 1월 무함마드를 희화화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파리 건물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12명이 숨졌다. 이달 초 미국 텍사스주 갈랜드에서 열린 ‘무함마드 그리기 대회’ 에서도 IS 추종 세력들의 총격으로 용의자를 포함해 3명이 사망했다.
게다가 ‘만화의 집’은 “무분별한 표현의 자유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단체여서 주최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2006년 무함마드 만평을 실은 덴마크 일간지와 올해 샤를리 에브도에 각각 반발해 ‘나치 독일의 유대인대학살 만평 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맞대응 했다. 테헤란시 기관지인 함샤흐리는 2006년 대회 개최 당시 “이번 공모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모욕적인 내용을 신문에 게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뒤집기 위해 계획됐다”며 “홀로코스트 만평도 표현의 자유 논리로 게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만화가들은 이 행사를 반기면서도 이란의 언론 및 개인 검열 분위기 탓에 직접 참석은 꺼려하거나 입국 뒤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국제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이란은 세계 10대 언론검열 국가 중 7위이며, 이란 내 징역형을 살고 있는 언론인은 30명에 달한다. 한 익명의 만화가는 “IS를 비판하는 내용이 아닌 조금이라도 다른 주제의 만화를 제출했을 시에는 이란 당국으로부터 통제를 받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신원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며 작품을 홍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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