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대상자 최소 400여명…시설격리 설득작업도 쉽지 않을 듯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자가·시설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사람들의 규모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태 초기에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하지 않은 탓에 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아무런 제약 없이 약 2주간 일상 활동을 계속했고 이 때문에 이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이제야 제대로 가려낸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3차 감염자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최대한 광범위하게 격리대상자를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격리 대상자들이 제대로 관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1일 복지부가 현재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시설·자가 격리자라고 밝힌 사람은 모두 682명이다.
복지부는 이 가운데 50대 이상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을 최대한 시설 격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설 격리 대상자는 대략 전체 격리 대상자의 약 35%로 추정된다. 이날 기준으로 시설 격리 대상자는 약 240여명, 자가 격리 대상자는 440여명 정도다.
시설 격리 대상자는 복지부가 유선 전화로 대상자의 의사를 물은 뒤 동의할 경우 보건소의 구급차 등을 이용해 격리 시설로 옮길 방침이다.
그러나 시설 격리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격리 대상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진행된 메르스 일일상황보고 브리핑에서 복지부 복지부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시설 격리 조치를 시작하기로 한 어제 유선상으로 4명이 시설 격리에 동의했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설 격리 조치 시행 첫 날이라고는 하지만 전체 대상자의 2%만 시설 격리 여부가 결정된 것이다.
격리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복지부가 마련한 격리 시설 2곳에 해당자를 다 수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권 국장은 "격리 시설은 계속 준비중이고 얼마든지 늘려나갈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준비된 격리 시설에는 150명 정도를 수용할 수밖에 없어 대상자를 모두 설득한다고 해도 격리 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다.
자가 격리 대상자도 수백명에 이르면서 보건당국이 매일 이들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자가 격리자들에게 다른 가족들과 2m 이상 떨어져서 지내고 집안 내에서도 N-95 방역 마스크를 사용해 생활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아울러 점검반을 구성해 이들에게 하루 2번 전화를 걸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지 체크하고 있지만 이들이 격리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복지부가 국민의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에만 지나치게 의지하다 메르스 확산을 키운 전례를 다시 밟지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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