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민한-이민호-임정호-임창민(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NC의 5월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놀라움'이다. 지난 한달 간 20승1무5패로 2009년 8월 KIA가 달성했던 프로야구 역대 월간 최다승과 타이를 이뤘다. 1군 진입 3년차, 전력 보강 없이 누수만 생긴 마운드, 4월까지 10개 팀 중 9위에 처졌던 팀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성과다. 단지 승률 5할만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김경문(57) NC 감독 역시 전혀 생각 못했던 결과가 나오자 "5월 한달 간 선수단, 스태프, 모두 다 열심히 해줘 고맙다"고 박수를 보냈다.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78세 선발 듀오와 역전 모르는 불펜
"우리 팀이 왜 잘하는 걸까요." NC 구단 관계자조차 의아해했다. 올해 선발 원투 펀치로 기대를 모았던 찰리 쉬렉과 이재학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안 그래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두 명의 동반 슬럼프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얼굴들이 마운드를 책임졌다.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40)은 4차례 선발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79라는 특급 활약을 했다. 또 2군에서 시즌을 맞았던 박명환(38)은 5월에 올라와 3차례 나가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78세 노장 듀오가 원투 펀치의 부진을 상쇄했다. 김 감독은 "두 명은 올해 영입한 FA(프리에이전트)"라고 농담할 정도로 이들의 관록투에 찬사를 보냈다.
선발뿐만 아니라 불펜에서도 기막힌 반전을 이뤘다. 지난 시즌 셋업맨 원종현은 암 투병, 마무리 김진성은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하며 2개의 큰 구멍이 생겼지만 이보다 잇몸이 훨씬 강했다. 최금강과 이민호는 지난달 15경기에 나가 각각 1승2패 5홀드 평균자책점 1.83, 2승 5홀드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왼손 임정호의 성적은 16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3.00. 임시 소방수 역할을 맡은 임창민은 17경기에서 1승 10세이브를 수확했다. 블론 세이브는 단 1번이다.
철벽 불펜진 덕분에 NC는 올 시즌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15승 무패,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는 18승 무패 가도를 달렸다. 이밖에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사이드암 이태양의 팀 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7차례 나가 22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57을 찍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간 마운드의 5월 팀 평균자책점은 3.41로 1위.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3.57)과 구원 투수 평균자책점(3.23) 그리고 피안타율(0.241)까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김 감독은 "3월보다 4월, 4월보다 5월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잘 해줬다"고 말했다.
▲ 나성범-테임즈-이호준(왼쪽부터)
◇극강의 클린업 트리오와 토털 베이스러닝
NC의 중심 타선은 2014 시즌 넥센의 유한준-박병호-강정호 못지 않은 파괴력을 자랑한다. 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으로 꾸려진 NC 클린업 트리오의 5월 타율은 0.339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넥센의 중심 타선 타율 0.315보다 높은 수치다.
일단 4월에 타율 0.280 3홈런 16타점으로 주춤했던 나성범이 5월 들어 살아나며 불을 지폈다. 21경기에서 타율 0.319 6홈런 20타점을 몰아쳤다. 5월 중순 0.258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은 어느새 3할대(0.304)로 끌어 올렸다. 한국프로야구판 '배리 본즈' 에릭 테임즈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괴력을 뽐냈다. 한달 간 0.353의 고타율과 9개의 대포를 가동해 총 18개로 홈런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테임즈의 뒤를 받치는 우리 나이 불혹의 이호준은 타점 기계로 거듭났다. 5월 25경기에서 무려 34개의 타점을 쓸어 담았다. 시즌 총 타점은 벌써 62개. 144경기를 모두 치른다는 가정 하에 산술적으로 178개까지 가능하다. 이는 2003년 이승엽(삼성)의 144개를 넘어서는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이다.
NC의 또 다른 강점은 누구나 다 뛸 수 있는 '토털 베이스러닝'이다. 5월 동안 46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33개로 공동 2위 롯데, kt보다 무려 13개나 많다. 시즌 팀 도루도 총 79개로 2위 삼성(62개)을 따돌리고 리그 1위를 달린다. 지난해 신인왕 박민우(20개)는 개인 도루 2위, 김종호(17개) 3위, 에릭 테임즈(13개) 6위, 나성범(12개) 7위 등 테이블 세터와 중심타자 가릴 것 없이 베이스를 훔치고 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선취점을 뽑으면 NC는 사실상 승리를 예약했다. NC의 5월 선취 득점 시 성적은 15승1무2패를 기록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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