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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최연소 국내랭킹 1위 등극 김행직 “이제 좀 마음먹은 대로 공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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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최연소 국내랭킹 1위 등극 김행직 “이제 좀 마음먹은 대로 공이 가네요”

입력
2015.06.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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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상천은 음지에 있던 한국 당구를 스포츠의 반열에 올려 놓은 개척자로 꼽힌다. 서울대를 중퇴하고 1987년 미국으로 떠난 이상천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2년 연속 전미당구선수권을 제패했고, 세계 3쿠션 월드컵에서 5차례(1991~94년, 99년) 정상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1999년 그에게 ‘당구계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최고의 당구 선수로 소개했다.

이상천이 세상을 떠난 후 숱한 선수들이 그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1인자가 되기엔 부족했다. 지난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최성원(38ㆍ부산시체육회)을 비롯해 허정한(38ㆍ경남당구연맹), 조재호(35ㆍ서울시청), 강동궁(35ㆍ수원시청) 등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한국 당구계를 단숨에 평정하고 있는 선수는 ‘리틀 이상천’으로 불렸던 김행직(23ㆍ전남당구연맹)이다.

김행직은 지난달 31일 강원도 양구에서 막을 내린 제3회 국토정중앙배 남자 3쿠션 결승에서 홍진표(대전당구연맹)를 40-33으로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이 대회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120점을 보태 총 407점으로 허정한을 제치고 만 23세의 나이에 최연소 1위로 올라섰다. 종전 기록은 2006년 고(故) 김경률의 26세다. 김행직은 최근 상승세의 비결에 대해 “특별한 기술을 연마한 것도, 연습을 많이 하지도 못했지만 과거에 실패했던 포지션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 뜻대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어느덧 스스로 느끼는 경륜이 쌓였다는 뜻이다. 8강에서 강동궁, 4강에서 조재호 등 쟁쟁한 선배들을 차례로 꺾은 그는 “예전에는 선배님들께 정말 많이 졌다. 늘 배운다는 자세로, 잃을 것 없다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요즘에는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기량이 엇비슷한 강자들이 넘쳐나는 최근 당구 추세에서 김행직의 독주 채비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구장을 운영한 아버지 덕분에 여섯 살에 큐를 잡은 김행직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당구 수업을 받고 불과 중학교 1학년 때 전라북도 당구연맹 소속으로 정식 선수 등록을 했다. 이어 국내 고교 가운데 최초로 당구부를 창단한 수원 매탄고에 진학, 2학년 때인 2007년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주니어선수권을 제패했고, 2010년부터 다시 3연패를 달성했다. 이미 고교 시절 동호인 4구 점수를 기준으로 2,000점을 친 당구 신동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 3쿠션 선수권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4월 열린 코리아오픈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휩쓸었다. 앞서 4월 초 이집트 룩소르 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상천을 능가하는 한국 당구의 간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그의 신분은 공익근무요원이다. 하루 평균 연습 시간이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더욱 신들린 듯한 큐를 뽐내고 있다. 김행직은 “연습 시간은 부족하지만 어려서부터 꾸준히 해 오다 보니 이제 조금 당구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 “최성원 선배님처럼 세계랭킹 1위도 되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즐기면서 오랫동안 당구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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