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해경, 치밀한 수사로 고래 불법어획 일당에 철퇴

울산해경, 치밀한 수사로 고래 불법어획 일당에 철퇴

울산해양경비안전서(서장 김용진)는 지난 4월 27일 울산시 북구 주전항 동쪽 23㎞(13마일) 해상에서 작살 (4개)에 맞고 죽은 채 발견됐던 밍크고래 불법포획 사건을 치밀한 수사 끝에 B호 선장 이모(42)씨 등 9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B호는 올해 2월 초부터 4월 25일까지 동해와 서해를 오가며 밍크고래 4마리(동해 3마리, 서해 1마리, 시가 1억6,000만원 상당)를 포획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B호는 지난 4월 25일에만 밍크고래 2마리를 포획해 오전에 잡은 1마리는 해상에서 해체해

선박 내 비밀창고에 숨겨 육지로 몰래 들여와 야간에 판매했다.

오후에 잡은 밍크고래는 날이 저물어 해체하지 못한 채 밧줄로 묶고 닻을 달아 물 속에 숨겨 두

었으나 파도에 밀려 인근 어장에서 조업 중이던 어민이 발견, 해경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다.

해경은 한달 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잠적했던 B호의 선주 겸 선장 이씨를 체포했다.

이씨는 그 동안 울산 지역에서 장기간 포수(고래를 잡는 창잡이)와 칼잡이(고래를 해체하는 자)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 검거에 대비해 타인 명의로 선주와 선장을 내세우고 본인은 선원으로 위장해 고래를 잡으러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해경은 바지선장 김모씨도 긴급 체포했다.

해경의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와 선원들은 범행에 사용된 작살 등 증거물을 바다에 버리고, 고래 DNA검사에 대비해 세제와 락스를 이용, 수 차례 갑판을 세척하고 선원들의 작업복까지 모두 바다에 투기하는 등 치밀하게 대비했으며 수 차례 여관에 모여 대책회의까지 했던 것으로 해경조사결과 밝혀졌다.

해경은 수사 초기부터 4월 25일 출항한 사실이 있는 B호를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를 진행했으나, 선박에서 증거물이 발견되지 않고 일부 선원들이 잠적하는 바람에 범죄를 밝히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고래연구소와 함께 B호의 갑판 구석구석을 10차례에 걸쳐 정밀 감식한 결과 마침내 선체 구석에 남아있던 혈흔에서 고래 DNA를 발견,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선원 휴대폰에서 삭제됐던 고래포획 사진(3점)도 복원, 증거물로 제시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해경은 고래고기를 육상까지 옮긴 운반책과 고래고기를 매입한 중간상인, 고래고기전문점, 육상 냉동보관창고 등 고래 포획?유통에 관여한 공범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래 불법 포획?유통행위에 대해서는 해상과 육상을 연계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 해양자원을 보호하고 건전한 어업질서를 유지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해경은 지난 5월 12일에도 고래 26마리(밍크고래 6마리, 돌고래 20마리)를 포획해 시중에 유통한 A호 등 포경선 3척, 17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산업법 등에서 고래류의 포획을 금지하고 있으나 자연사한 고래나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고래(일명 혼획고래)는 해경 검사 후 유통증명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매매할 수 있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