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5살의 나이에 발표한 피에타 상, 그리고 다비드 상 같은 조각으로도 유명한 미켈란젤로는 건축가, 발명가 등 여러 분야에서 대단한 능력이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많은 그림을 남겼다. 아담의 창조, 최후의 심판 같은 전장화나 벽화를 보면 한 사람이 그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특히나 종교적인 색채가 짙었는데 바티칸 궁전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의 ‘최후의 심판’은 교황 클레멘스의 명으로 그려진 것이다. 391명의 인물상이 있는데, 중앙에는 그리스도가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성모 마리아가 인류를 내려다 보는듯한 모습이다.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는 성자들로 둘러 싸여 있는데, 그 주변에서는 죽은 자들이 천상으로 올라가거나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미켈란젤로는 심판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상의 세계와 지옥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특히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종교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고 종교는 그의 작품 생활에 깊게 영향을 주었다.
종교는 매우 중요한 삶의 일부이다. 전세계 85% 사람들이 종교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또한 세계 인구 중 82%는 일상생활에서 종교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94%의 응답자가 신을 믿는다고 대답했다.
어떤 과학자들은 종교와 관련된 인간의 뇌 부위를 찾아내면서 우리에게 신의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진화론적으로 종교적 믿음은 적응과 생존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위협에 처하게 된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을 생각하거나 떠올리는 것은 엄청난 불안감을 가져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은 안전한 곳이라고 믿고 싶어하며 또 죽음 자체나 그 이후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바로 종교에 의지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된다.
또한 종교는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다. 다른 동물로부터 늘 위협을 받는 인간은 혼자로서는 대응할 수 없기에 집단을 형성해 왔다. 이러한 집단 형성은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종교와 종교의식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즉 종교에서 제시하는 가르침은 주로 서로를 돌보고 배려하고 도우라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들고 타인과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한다. 바로 공적인 조직적 관여이다. 이러한 공적인 조직적 관여는 곧 사회적 네트워크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우리의 삶에 큰 이점을 가져다 준다.
이렇게 같은 공동체 안의 사람들 사이에 신뢰와 복종을 형성하는 힘은 바로 종교에서 나온다. 최근 한 연구에서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 기도의 역할에 관한 일련의 실험을 했다. 몇 달에 걸쳐서 연인이나 배우자의 안녕에 관해 기도를 하게 한 집단이 전반적인 기도를 하게 한 집단보다 훨씬 더 불륜에 대한 생각이 적었고 실제 외도 행동도 훨씬 덜 하는 걸로 나타났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 신성하고, 특별하고, 종교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이러한 느낌은 결과적으로 참여자들이 바람을 피우고자 하는 동기를 감소시켰다. 또한 이렇게 기도를 한 집단이 실제로 상대에 대해서 더 헌신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였다. 이렇게 기도는 두 사람 간의 관계를 신뢰가 있으며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이러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종교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신성한 것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이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준다. 종교가 지니는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무한한 믿음이 때로는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사이비 종교는 종교의 순기능을 해치고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종교는 안정감과 신뢰감의 원천이다. 험한 세상을 버티고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후원자인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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