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이 중국에서 가수 인생 2막을 열었다.
박혜경은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카페 그루브에서 싱글 '안녕'의 쇼케이스를 열고 본격적인 중국 활동을 알렸다. 지난 3월 중국 음악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한차례 쇼케이스를 열었지만 버스킹 형태로 순수 팬들과 교감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혜경이 걸어온 길을 들춰보면 이번 베이징 쇼케이스는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박혜경은 2012년 가수에겐 사망선고와 같은 성대마비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해도 목소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때마침 찾아온 슬럼프까지 겹쳐 마이크를 내려 놓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이듬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과거 독보적이던 맑은 음색을 100% 찾지 못했지만 다시 노래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박혜경은 쇼케이스 도중 이 같은 사연을 모두 털어놨다.
"내년이면 데뷔 20년차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회의감에 휩싸일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목에 병이 왔다. 가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수술이었다. 무서웠지만 수술을 했고 6개월 간 아예 말조차 하지 못했다. 몇 년간 옛날처럼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 정말 가수를 포기하고 싶은 나날이었다. 그럴 때마다 중국에 배낭만 메고 여행을 왔다. 중국에서 친구가 생기고, 같이 음악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 그 때부터 내게 희망이 생겼다. 드디어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을 건강해진 목소리로 만나게 됐다."
애잔한 사연에 몰입하고 있는 관객에게 박혜경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자신의 히트곡 중 가장 구슬픈 '레인(Rain)'을 절규하듯 목놓아 불렀다. 베이징 거리를 무심코 지나가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박혜경의 노래 귀를 기울였다. 박혜경은 정해진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카페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눈을 맞추고 교감했다.
'안녕'의 무대는 쇼케이스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노래는 지난 2003년 국내에서 발매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박혜경의 대표곡 중 하나. 중국어로 번안해 부른 박혜경은 테이블 위로 올라가 분위기를 돋우었고, 중국팬들은 중간중간 서툰 한국어로 '안녕!'이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쇼케이스에서 박혜경은 통역을 사용했지만 가벼운 대화는 중국어를 구사하며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기도 했다. 중화권 톱스타인 공링치가 직접 현장을 찾아와 즉석에서 박혜경과 듀엣 무대를 펼쳤다. 박혜경이 지난해 발표한 '예스터데이'를 중국어로 함께 부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베이징 궈안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하대성, 중국판 '비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표로 출연 중인 한동수 등 역시 축하의 발걸음을 했다. 일본의 아오이 소라, 추자현, 김건모, 홍석천, 채림 가오즈치 부부 등은 영상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박혜경은 "마치 남자친구랑 데이트하기 전 날처럼 잘 보이고 싶어서 1개월간 옷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했다"며 "주변에서 '박혜경은 힘들다'는 말을 아무리 해도 상관없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내 나름의 방식대로 한걸음씩 여러분에게 다가서겠다"고 약속했다. 쇼케이스를 마친 뒤에는 관객 한 명 한 명과 사진 촬영을 하는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베이징 쇼케이스를 주관한 플러스원미디어 정혜나 대표는 "중국의 K팝 인기는 아이돌 그룹 위주인데 박혜경의 노래는 상당히 이례적인 반응"이라며 "박혜경식 감성 접근법이 중국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씨컴퍼니 제공
베이징=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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