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코스닥을 독자 거래소로"
中企·벤처에 자금 공급 역할하지만 수익구조 취약해 독자생존 불투명
한국거래소 "지주회사로 자율성 제고"
금융산업 변화에 신속 대응, 막대한 전환 비용 확보가 관건
한국거래소가 독점해온 거래소 시장의 구조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코스닥시장 분리 방안이 최대 쟁점으로, 코스닥을 벤처ㆍ중소기업 전용 자금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금융당국과 코스닥 운영권을 지키려는 한국거래소 간 논리싸움이 치열하다.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거래소시장 개편 방안을 확정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대형 증권사, 거래소 관계자가 참여하는 태크스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달 두 차례 거래소 개편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28일에는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정책세미나를 열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금융위는 TF안을 마련해 이달 열리는 금융개혁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은 “이르면 6월말이나 7월초 거래소 개편안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임종룡 위원장 취임 직후 거래소 개편을 우선과제로 추진해왔다. 임 위원장은 3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이 각각 특성에 맞게 경쟁ㆍ발전하도록 거래소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거래소에 사업본부 형태로 소속된 각 거래시장에 독자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당국은 이후 코스닥시장 분리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다만 코넥스는 출범 초기라 안정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거래소 밑에 그대로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여러 개의 거래소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을 개편해야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수수료 인하, 매매시스템 성능 향상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법적으로 복수의 거래소 설립이 가능하다. 2013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제한된 범위에서 증권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을 허용했고, 거래소 설립을 허가제로 바꿔 요건을 갖춘 ATS가 쉽게 거래소로 승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당국의 본심은 정부 경제 어젠다인 ‘창조경제 활성화’에 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시각이다. 코스닥시장의 자금 물길을 돌려 창조경제 핵심인 벤처ㆍ중소기업에 모험자본을 원활히 공급하겠다는 계산이 증시 개편 정책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코스닥이 코스피를 닮아가고 있다”며 “코스닥시장이 분리된다면 (상장요건 완화 등)보다 목적성에 부합하는 운영방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닥시장 분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익구조가 취약해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코스닥시장은 거래수수료가 유일한 수입원이라 거래량이 감소되는 시장침체기엔 수익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며 “분리 후 별도 전산시스템 구축 등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한국거래소 출신 정치권 인사의 ‘자리 만들기’ 로비가 시장 분리론의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각 사업본부를 자회사로 전환해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거래소를 상장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정창희 경영지원본부장보는 “금융산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경쟁에 필요한 실탄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공개를 통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시간과 비용이 드는 지주회사 개편에 앞서 코스닥사업본부만 자회사로 만드는 선에서 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입장이 절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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