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뉴 S클래스, 공명공간 만들어 스피커 장착
뉴 인피니티 Q70, 소음 차단 위해 역주파 쏘는 오디어 파일럿2 탑재
기아차 K9은 17개의 스피커에서 입체감이 살아 있는 원음 쏟아 내
운전자 중에 소리에 민감한 오디오파일러(오디오 마니아) 들이 늘어나면서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 일부 차종들에 기본 장착되고 있다. 이런 차들에 장착된 고출력 앰프와 20개를 넘나드는 스피커가 뿜어내는 서라운드 음향은 콘서트 홀에서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재현한다.
자동차 및 오디오파일러들에 따르면 자동차 실내는 좁고 밀폐돼 음악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공간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어떤 자리든 한쪽 스피커는 가깝고 다른 한쪽은 멀리 있으며 좌석 등 장애물이 많아 음이 고르게 퍼지는 것을 막는다. 엔진 점화플러그의 고압전류와 와이퍼 구동 모터, 각종 전기장치를 연결하는 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오디오에 잡음을 유발한다. 그래서 오디오 설계 전문가들은 고민이 많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오디오 업체들이 차량 개발 단계부터 설계에 참여하는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뉴 S클래스를 설계하면서 운전석과 조수석의 발 아래에 40ℓ 크기의 공명 공간을 만들어 베이스 라우드 스피커를 장착했다. 차체를 울려 악기로 사용한 셈이다.
4월 초 출시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와 메르세데스-벤츠 S600 롱보디 등에는 부메스터 3D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됐는데 출력이 1,540W에 이른다. 24채널 앰프는 전면 계기반, 도어, 뒷좌석 뒤편 선반, 루프 라이너에 부착된 9개의 트위터와 8개의 미드레인지 스피커, 도어마다 붙어 있는 4개의 중저음 스피커 등과 연결돼 각 영역의 미세한 소리까지 재현해낸다.
뿐만 아니라 마이바흐 S클래스는 VIP 세팅이라는 기능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운전자, 앞좌석 승객, 뒷좌석 좌우 승객이 각각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음향을 조절할 수 있다. 24개의 스피커 출력을 미세하게 조절해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은 청취 공간 중 한 지점 밖에 없다는 불문율을 깨뜨렸다.
이처럼 고급 기능과 장치도 중요하지만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외부 소음의 차단이다. 아무리 좋은 소리도 외부 소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업체들은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또 다른 소음으로 다스리는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뉴 인피니티 Q70에는 내장 마이크가 외부 소음의 정도와 주파수를 측정해 이를 감쇄할 수 있는 역주파를 쏴주는 오디오 파일럿2 기술이 탑재됐다. 차량 안으로 들어오는 엔진 소음은 도어 스피커와 우퍼에서 상쇄 음파를 내보내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술이 막아낸다. 차량 속도가 빠를수록 음량을 크게 하는 속도 감응형 음량 조절장치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다.
대부분 차량들이 와이퍼, 헤드라이트, 변속기, 엔진 등을 전자신호로 제어하는 만큼 전자파로 인한 잡음은 카 오디오에 있어서 가장 위협적이다. 이승호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 음향감성개발파트장은 “전자파 때문에 발생하는 노이즈를 잡기 위한 전담팀까지 둘 정도로 소음의 원인이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모든 전자장치가 잡음의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 기술진들은 오디오 잡음을 유발하는 장치를 찾아 개별적인 처방전을 내린다. 과도한 전류가 흐르지 않도록 차체에 접지를 하거나 금속선을 감아 자기장이 나오지 못하게 차폐를 하는 등 끊임 없는 노력으로 잡음을 잡아낸다.
이렇게 소음을 차단한 뒤 여러 개의 스피커로 주변을 감싸는 서라운드 음향을 재현한다. Q70의 최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는 앞좌석 어깨부분에 서라운드 스피커가 장착돼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입체 음향을 들려준다. 기아차 K9에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됐는데, 센터페시아 뒷편부터 사이드 미러 안쪽 등 곳곳에 장착된 17개의 스피커가 입체감이 살아 있는 원음을 쏟아낸다.
그렇다면 오디오를 개발하는 기술진들은 어떻게 좋은 음을 가려낼까. 이 파트장은 “귀를 틔우기 위해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실험실에서 음악을 자주 들으면서 음감을 기른다”고 설명했다. 고음과 저음이 명료하고 단단하면서도 풍부한 저음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진들의 노력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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