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관·전문가 등 힘 합쳐 가해자 대상 힐링프로그램 운영
방관하던 학생이 중재자 되는 '또래지킴이 수호천사' 대거 양성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처럼
우리 사회 전체가 가해자·피해자 모두에게 관심 기울여야"
학교폭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없다. 궁극적으로 모두가 피해자다. 해당 학생은 물론 가정의 행복을 파괴한다.
대구사회복지관협회는 이 같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2013년 9월부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학교 폭력 근절을 통한 가정 행복 지키기에 나섰다. 대구 지역 8개 복지관을 거점으로 재능기부자와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 보호와 함께 가해학생이 학교폭력을 저지르게 된 원인을 찾아 해소하지 않으면 또다시 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해청소년과 위험성이 높은 학생들을 모아 체험학습을 하고 상담을 통해 그들의 분노를 완화한다.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방지 캠페인도 빼놓을 수 없다.
신상윤(57ㆍ사진) 대구사회복지관협회 회장은 “가해학생이 왜 가해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학교폭력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판단했다”며 “교육 현장에서의 호응이 큰 만큼 앞으로 사업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_학교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중에는 이전에 피해학생이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처음에는 피해자였다가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가해자 무리에 합류하고, 자신보다 약한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일이 허다하다. 가해자는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당연히 비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비난만 하고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거의 100% 재발하게 된다.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과정과 사고방식, 주변환경 등 결정적인 요인들을 근본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250명 정도를 집중관리사례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_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은.
“주 1회 개인 및 가정 상담을 실시한다. 개별 및 집단심리치료와 특성화 교육 지원 등을 한다. 지금까지 전문강사 90명, 사회복지관 등 130개의 관련 기관과 전문봉사자들이 봉사하고 있다. 100여 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재능기부 등의 형태로 학습지도 등을 하고 있다.”
_가해자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 대해서도 학교폭력근절 교육이 필요할 것 같은데.
“당연하다.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학교교직원 사업설명회, 학교폭력인식 개선교육, 학교폭력예방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고도 이를 방관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른바 ‘또래지킴이 수호천사’ 양성 활동입니다. 방관자들에게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는 교육인데 약 760명의 수호천사를 양성했다.”
_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은 숨기고 싶은 이야기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두드려야 할지 막막했지만 성공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차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놀이 말투 관심사 등 대화주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 들도록 했다.”
_프로그램 진행 3년째다.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꿈이 생겼다.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자신이 열심히 살아야 할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이게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학교를 졸업해야겠다는 의지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작게는 고등학교 진학과 학업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더불어 미래에 대한 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폭력성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_대상 학생들 중 가장 고무적인 사례가 있다면.
“장기 무단결석으로 학교생활을 포기한 학생이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음악에 재능을 발견하고 보컬이 되겠다는 꿈과 함께 방송통신중학교에 진학해 현재 졸업반에 재학 중이다. 또 다른 사례로 학습 의욕이 제로인 학생이 있었는데, 특성화교육을 통해 승마를 배워 현재 승마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찾은 경우다.”
_올해 8월에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후속 계획은.
“두 가지 방향을 검토 중이다.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사후관리가 필요한 청소년들은 사례관리팀으로 이관해 계속 관리를 할 계획이다. 8월 사업종료 후 현재 8개 복지관의 사업 경험을 계승할 프로그램을 새로 짤 것이다.”
_3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디언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있는데,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그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학교 폭력의 경우 가해자든 피해자든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다. 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면 우등생 위주의 선별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욕구와 상황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기자
약력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숭실대 사회복지학 석사
前 대구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대구사회복지관협회장
2014년 한국장애인복지 60주년 기념 ‘장애인복지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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