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만2244건… 작년의 2배
집값도 전월보다 0.47%나 올라
"금리 인상 前 빚내 내 집 마련"
청약·매매 시장 함께 달아올라
거래량·집값 동시 상승 부추겨
#. 지난달 초 서울 중랑구 신내동 D아파트(59㎡) 매입을 위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던 C씨는 중개사로부터 “몇 주 사이에 1,500만원 가량 값이 올랐다”라는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봄 이사철이 끝난 5월은 전형적인 부동산 시장 비수기. 거래가 줄고 가격 오름세가 주춤할 거라는 ‘상식’이 빗나간 것이다. C씨는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하는 건지, 아님 좀더 기다려봐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안 된다”고 했다.
#. 중학교에 진학할 자녀를 둔 P씨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 목동 1단지 아파트 시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매입을 서두른 것이다. 하지만 거래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서 가격은 크게 요동치지 않자 P씨는 매입 시점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지난 달 오랜만에 중개업소를 찾은 P씨는 구입하려던 아파트(65㎡) 가격이 1년도 채 안돼 1억원 이상 오른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인 5월에도 성수기에 버금가는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이사철인 3, 4월이 지나서도 주택 매입을 통해 전세 탈출에 나서는 세입자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수기가 실종됐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5월 들어 30일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1만2,244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5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6년(1만1,631건)보다도 600건 이상 더 많은 수치이며, 특히 6,053건에 불과했던 작년 5월 거래량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최고 성수기인 3월(1만3,006건)과 4월(1만3,829건)의 거래량에 육박한 것으로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반길 일이지만, 문제는 꿈틀대는 가격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달보다 0.47%가 상승했다. 5월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로 보면 2006년(1.66%)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더구나 성수기인 4월(0.38%)보다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뜨거웠던 청약시장의 매매 동력이 전세난과 합쳐지면서 매매와 가격의 쌍끌이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통상 청약시장과 매매시장은 따로 움직이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며 “전세가격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분양 아파트를 선택할 여유가 되지 않는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에 뛰어들면서 저가 아파트들을 우선 매입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빚을 내 집을 사려는 경우 금리가 역사적 저점에 있을 때 빚을 내는 게 낫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경우 금리가 오르기 전에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가격 상승폭이 대단히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고는 해도, 거래가 늘어도 가격이 안정됐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적잖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월에도 1만2,000건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은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거래량과 주택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전세난에 몰려 매매시장으로 들어서는 서민들의 주거금융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도 “서민들이 매입할 여지가 있었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면서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