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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카리브해 작은 섬에 거액 지원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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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카리브해 작은 섬에 거액 지원한 까닭은

입력
2015.05.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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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만8000명 케이맨제도에 축구장 건설 명목 20억 지원

7년 지났지만 공사 지지부진… 월드컵과 거리 먼 국가에 지원 집중

"블래터, 재선 위해 표심 공략… 축구 약소국 배려 홍보 1석2조"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세피난처로 악명 높은 카리브해의 작은 섬 케이맨 제도에 거액을 쏟아 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FIFA는 “축구 약소국에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장을 건설하겠다”는 명목으로 케이맨에 180만달러(약 20억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축구장은 여전히 완공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또 기숙사나 체육관 등 부대시설을 위한 계획은 제대로 세워지지도 않았다. 또 피파는 지난해 3월 50만달러를 이곳에 추가 투입했는데, “현재 축구장 부지가 소금기를 머금고 있어 천연 잔디가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인조 잔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섬 전체 인구가 5만8,000여명에 불과한 데다 FIFA 209개 회원국 중 190위권을 맴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축구장이 완공되더라도 만석이 되는 광경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모든 비 상식적인 상황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회장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제프 블래터(79) FIFA 회장이 지난 17년간 얼마나 막강한 힘을 휘둘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블래터 회장은 ‘그간 FIFA는 209개 가맹국이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한다’는 점을 십분 활용, 수 많은 축구 약소국을 공략하며 표심을 얻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인구 13억인 중국이나, 축구 강국인 독일, 아르헨티나, 브라질나 투표권은 모두 한 장이며, 인구 5만8,000명에 FIFA랭킹 191위인 케이맨 제도의 투표권도 한 장이다. 특히 FIFA에는 주권을 갖지 못한 식민지 국가도 가입할 수 있어 회원국이 유엔보다 16개국이나 많다.

실제로 FIFA는 지난 4년간 축구장을 짓고 지도자를 파견하는 등 회원국 지원 사업에 15억6,000만달러(약 1조7,300억원)을 썼는데, 대부분 케이맨 제도같이 월드컵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가에 집중됐다. 특히 올림픽이 개최된 적이 없는 아프리카에 2010년 월드컵을 개최하도록 한 것은 블래터 회장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으로도 “약소국을 충분히 배려한다”는 호평을 받기에 충분해 1석2조의 효과를 누렸다. 약소국들은 자국의 스포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적으로 FIFA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블래터 회장은 이를 통해 지지표를 얻고 이 과정에서 뇌물이 오간다는 설명이다.

이 프로젝트는 케이맨 제도 출신의 제프리 웹 북중미축구협회장의 구상에서 나온 것이다. 웹 회장은 지난주 FIFA 부패조사 과정에서 체포됐다. 북중미 지역의 피파 회원국은 35개국으로 전체 회원국의 1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블래터 회장도 차기 회장 선거를 위해 웹 협회장의 마음을 사야 했고 이를 위해 케이맨 제도에 ‘선심성’ 대형 프로젝트를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웹 협회장은 2012년 협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골드컵 및 북중미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 및 마케팅권을 빌미로 관련 업체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지난 27일 기소된 상태다.

국제 스포츠 전문 변호사이자 ‘피파를 바꾸자’라는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라킨은 “블래터 회장이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선 포크배럴(특정 단체의 기부금 등으로 도움을 받아 당선된 의원들이 보답 차원에서 해당 단체의 이익을 위한 프로젝트에 지출하는 예산)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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