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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용산화상경마장 개장 강행… 소통의 결과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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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용산화상경마장 개장 강행… 소통의 결과물인가

입력
2015.05.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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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청파로 ‘렛츠런CCC 용산’이 들어선 의림빌딩은 시끄러웠다. 300여명의 시민이 “도박 아웃” “개장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온종일 목청을 높였다. 18층짜리 최신식 건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이곳은 실은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화상경마장, 정확히는 장외마권발매소가 입주해 있다. 마사회가 이날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마권 발매를 시작하자 인근 주민과 학생,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온몸 저지’를 불사하며 격렬히 저항한 것이다.

마사회 측은 극구 ‘개장’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미 올해 1월 빌딩 내 다른 공간에서는 손님을 맞고 복합문화센터로서 자리매김했는데, 이제 와서 개장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렛츠런CCC 용산의 핵심 기능이 화상경마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권을 발매한다는 것은 멀리 경기 과천에 있는 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돈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인근 주민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해묵은 갈등은 2013년부터 2년 넘게 이어졌다. 게다가 화상경마장 부지가 학교정화구역에서 불과 35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주민들은 이듬해 1월부터 빌딩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그 시간은 500여일을 헤아린다.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해명하고 설득할 시간은 충분했다. 마사회는 그러나 조금의 접점도 찾지 못했고 “할 만큼 했다”며 29일 마권 발매 소식을 일방적으로 전했다. 과연 그럴까. 2년여의 진행과정을 보면 마사회가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화상경마장처럼 사행시설은 이전에 앞서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해야 하지만 마사회는 먼저 이전 결정을 내린 뒤 지지를 강요하는 모습이었다. 또 화상경마장 반대 세력을 “극소수이고 정치적 사람들”로 매도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해 6월에는 주민들 몰래 기습개장을 시도하다 역풍도 맞았다.

설령 마사회 측 말대로 마권 발매 개시가 꾸준한 소통의 성과라고 치자. 그렇다면 불과 개장 이틀 전에, 그것도 밤 11시에 개장 소식을 발표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개장은 불가피하다. 다만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게 완벽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고백한 뒤 주민들과 합리적 대안을 찾는 게 어땠을까. “입장료가 비싸 중ㆍ상류층만 이용할 것” “화상경마장과 인근 학교 학생들이 접촉할 동선이 나오지 않는다” 등의 설명은 깊이 패일 대로 패인 불신의 골을 메우기에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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