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홈런볼 나올 가능성 대비해 심판ㆍ삼성 관계자만 알 수 있게
두산 김현수 장타 두 방 '4번 본색'… 삼성, LG에 9-3 승, 3연전 독식
두산의 4번타자 자리는 ‘마’가 끼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잘 치는 선수도 4번만 가면 죽을 쑤기 때문이다. 퇴출된 외국인 선수 잭 루츠와 홍성흔 김현수 김재환 등이 번갈아 맡아봤지만, 시원하게 장타를 터뜨려 준 선수는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최근 “빨리 새 외국인 타자가 왔으면 한다”고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31일 수원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시즌 7차전. 두산 4번 타자가 마침내 ‘번호값’을 했다. 그것도 장타가 두 방이었다. 이날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3-3으로 맞선 5회 상대 선발 어윈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투런 홈런(7호)을 터뜨렸다. 또 6-5이던 6회 2사 2루에서도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꿰뚫는 2루타를 폭발했다.
두산은 김현수를 앞세워 kt를 10-6으로 꺾고 3연패 뒤 3연승에 성공했다.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몸에 맞는 공 1개의 만점 활약. 그가 4번 자리에서 홈런을 친 건 올 시즌 처음이고, 지난해 8월31일 마산 NC전 이후 9개월 만이다. 김현수는 “4번 자리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 “그것보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4번으로 출전하니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늘도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면 은퇴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드러냈다.
한편 이승엽(39ㆍ삼성)의 400호 홈런은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이승엽은 잠실 LG전에서 3타수 1안타에 4사구 2개를 기록했다. 이날 잠실구장엔 전날 개인 통산 KBO리그 399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의 400홈런을 지켜보려고 모여든 삼성 팬들로 야구장의 절반이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이승엽을 위한 ‘특별 표시’ 공도 준비됐다. 이승엽이 400호 홈런에 성공할 경우 누군가가 가짜 공을 이승엽의 홈런공이라고 주장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면 심판들과 삼성 관계자 일부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한 공을 사용했다. 2003년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울 당시에도 같은 방법으로 기념구를 구분했다. 2일부터 삼성의 제2 홈구장인 포항에서 롯데와 3연전을 치르는 이승엽은 “포항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400홈런은 홈 구장에서 치는 게 더 의미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승엽의 400홈런은 불발됐지만 삼성은 LG를 9-3으로 꺾고 3연전을 독식했다. 올 시즌 8경기 만에 거둔 첫 일요일 승리이기도 하다. 삼성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는 6이닝 동안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 시즌 8승2패로 다승 부문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인천에서는 넥센이 SK를 3-2로 따돌리고 5연패 뒤 4연승(1무 포함)의 상승세를 탔다. 넥센 박병호는 전날까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시즌 15호째를 기록, 1위 테임즈(18개ㆍNC)와 3개 차로 좁혀 사상 첫 홈런왕 4연패를 향해 반격을 시작했다. 롯데는 울산에서 황재균의 연타석 홈런(시즌 13, 14호)을 앞세워 한화를 8-3으로 제압했다.
수원=함태수기자 hts7@hk.co.kr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김주희기자 ju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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