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두산 4번은 '마'가 끼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잘 치는 선수도 4번만 가면 죽을 쓰기 때문이다. 퇴출된 외국인 선수 잭 루츠와 홍성흔, 김현수, 김재환 등이 번갈아 맡아봤지만, 시원하게 장타를 터뜨려 준 선수는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최근 "빨리 새 외국인 타자가 왔으면 한다"고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31일 수원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시즌 7차전. 두산 4번 타자가 마침내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그것도 장타가 두 방이었다. 이날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27)는 3-3으로 맞선 5회 상대 선발 어윈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팀의 리드를 가져오는 투런 홈런(7호)을 터뜨렸다. 또 6-5이던 6회 2사 2루에서도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꿰뚫는 2루타를 폭발했다.
두산은 김현수의 활약을 앞세워 kt를 10-6으로 꺾고 3연패 뒤 3연승에 성공했다. 김현수는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몸에 맞는 공 1개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그가 4번 자리에서 홈런을 친 건 올 시즌 처음이고, 지난해 8월31일 마산 NC전 이후 9개월 만이다.
-3연승을 이끈 활약이다. 소감은.
"최근 팀이 연패와 연승을 반복하고 있다. 주중 NC 전에서 3연패를 당했을 때는 내가 중심 타선에서 너무 못 쳤다. 팀이 패하더라도 중심 타자들이 쳐줘야 분위기가 살고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했다. 결과가 좋아 기분 좋다."
-4번 타자에 대한 부담감이 있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4번으로 출장하니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못 치다 보니 소극적으로 변하고 내 자신에게도 실망을 좀 했다. 스윙이 좀 안 도는 느낌도 들었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오늘 홈런이 그래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4번에서 처음 홈런을 때렸는데.
"4번으로 많이 안 나가서 홈런이 큰 의미는 없다. (김현수가 4번으로 출장한 건 15경기 째다) 다만 찬스에서 쳤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볼카운트(1B-2S)가 불리한 가운데 어윈의 체인지업을 잡아 당겼다.
"두 개의 직구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무조건 직구만 노리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면 은퇴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윈이 타이밍을 뺏으려 체인지업을 던진 것 같고, 운 좋게 잘 맞아서 홈런이 됐다."
-몸 상태는 어떤가. 9회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왼 햄스트링이 약간 불편해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 있다. 손목도 미세한 통증이 있지만, 둘 모두 경기에 출장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9회에는 안 좋은 햄스트링 쪽에 공을 맞아 빨리 1루에 나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수비에서도 활약이 뛰어나다. 캠프에서 1루수 연습을 했나.
"신고선수로 입단할 때 포지션이 1루였다. 캠프 때 연습은 안 했지만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물론 평소 안 끼던 1루 미트라 부담이 있긴 하다. 그러나 좌익수와 1루수를 모두 보면 출장 기회가 늘지 않겠나. 그것에 감사하고 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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