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가구 실질소득이 정체돼 큰 일이라지만 그 중에서도 임시직의 사정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근로자 실질임금은 월평균 323만7,166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16만6,114원)보다 2.2% 늘었다. 반면 고용기간 1년 미만인 계약직과 일용직으로 구성된 임시직 근로자의 같은 기간 실질임금은 월평균 128만8,317원으로 작년(130만2,376원)보다 오히려 1.1% 줄었다. 상용직보다 가뜩이나 적은 임금이 되레 깎여 소득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임시직 실질임금의 감소는 질 낮은 일자리라도 구해보려는 취업희망자들의 경쟁이 임금상승을 가로막은 측면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기존 일자리의 임금이 삭감된 것이라기보다는, 임시직 중에서도 월급여가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 시간제 일자리 등이 대폭 증가해 평균임금을 깎아내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올 3월 현재 시간제 근로자 수는 209만1,000명으로 1년 만에 9.1%(17만4,000명) 증가해 같은 기간 정규직 증가율 2.4%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의 소득양극화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소득 상위 10% 평균소득이 하위 10% 평균소득 대비 10.1배(2013년 기준)로 OECD 평균 9.6배를 상회하고 있다. OECD 회원국들의 공통적 현상인 시간제와 임시직 증가에 더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해 소득양극화의 폭과 속도를 높인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40.7%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다양한 경기 부양책과 함께 급여보조금을 풀어서라도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새로 생긴 일자리 53만3,000개도 대부분 정책적으로 창출된 일자리여서 무려 44만개 가까이가 비교적 임금 수준이 낮은 50세 이상 연령층에 돌아갔고, 임시직도 14만개나 됐다. 그러나 임시직 임금 하락은 비록 일자리가 공급된다고 해도 질적 관리가 병행하지 않고는 고용 약자의 빈곤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나쁜 체제’만 고착화시킬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지금처럼 일자리 창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계도 노사정 대타협의 결렬을 핑계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고용 취약계층인 임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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