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채가 좋아도 너무 좋다. 키는 크다 할 수 없는 157㎝. 추정 몸무게는 88㎏. 얼굴은 둥글둥글하고 몸 또한 거대한 공을 닮았다. 스크린을 누비는 스타치고는 덩치가 좀 과하다. “할리우드에선 절대 일하지 못할 몸무게”라는 험담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하지만 매력 덩어리다. 그를 앞세운 할리우드 코믹 첩보영화 ‘스파이’에서 그의 잠재력이 폭발한다. 137만2,787명(지난달 30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몰리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함께 할리우드영화의 ‘쌍끌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내근직만 전전하다 실전에 투입된 미 중앙정보국(CIA) 여성요원 수잔의 좌충우돌 활약상은 멀리사 매카시(45)의 듬직한 용모와 능청스런 연기로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과체중 여성에 대한 편견과 놀림을 통렬하게 날려버린다. 여성을 선천성 무능력자 취급하는 마초 첩보요원 포드(제이슨 스테이섬)와, 성희롱이 몸에 밴 CIA 이탈리아지부 요원 라이언(카를로스 폰스)에게 그는 주저 없이 육두문자를 날린다. 아무리 비웃어도 결코 비웃어지지 않는, ‘그래 나 뚱뚱하다 어쩔래’식의 정면대응이 통쾌함을 준다.
매카시의 이력 자체가 ‘비만한 여배우’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스탠딩 코미디 무대에서 다진 입담으로 서른 즈음 방송에 진출했고 스크린으로 활동 폭을 조금씩 넓혔다. 단역에서 조연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진화했다.
TV시리즈에서 먼저 유명세를 얻었는데 8년 동안 장수한 ‘길모어 걸스’에서 주인공 길모어의, 사랑스럽고 푸근한 친구 수키를 연기하면서다. 넉넉한 외모보다 더 넉넉한 마음으로 친구 곁을 지키는 역할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에서는 친구 결혼식에 들러리로 나서게 된 염치 없고 매사 당당한 메건을 연기하며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지난해엔 남편 벤 팰콘과 함께 공동 연출한 ‘타미’로 감독 데뷔식을 치렀다.
지난 3월 개봉한 ‘세인트 빈센트’(2014)에서도 그는 애드리브로 추정되는 대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이혼소송 때문에 입양아를 데리고 나와 힘들게 살아가는 싱글맘 매기를 연기했다. 매기가 아이의 담임교사를 만나 눈물범벅으로 입양 사연을 말할 때 관객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고민에 빠진다. “(못된) 남편의 정자가 싫어서 나팔관까지 꼬였는지 임신이 안 됐어요.”
매카시의 차기작은 내년 개봉 예정인 ‘고스트버스터즈’. 귀신 잡는 여자 역할로 역시나 웃음 사냥에 나선다. 온갖 고민에 움츠리고 상처받는 일을 떨쳐버리고 맘껏 웃고 싶다면 이 여자의 연기 행보를 주목할만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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