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만지는 여성을 별종으로 취급하던 시절부터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공순이’들이 수십 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대 공대 여성동창회는 지난 30일 교내 미술관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여성공학인 네트워크의 날’(WINNS Day)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53학번 졸업생부터 재학생까지 총 150여명이 참석해 여성 공학도로서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이들은 그간 여성 공학도로 살며 가장 아쉬웠던 점을 ‘인적 네트워크 부족’으로 꼽았다. 세대별 토론에 나선 패널들은 “남성 공학도보다 수가 훨씬 적은 탓에 여성들은 선후배 간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맥을 형성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혜(36ㆍ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98학번) 서울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공대 여학생 비율이 20% 정도까지 높아진 시기에 학교에 다녔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 등 문제에 부딪쳤을 때 도움을 구할 선배가 없어 좌절했다”고 털어놨다. 김지영(21ㆍ서울대 재료공학부 13학번)씨는 “현재 공대 여학생이 570여명으로 늘어났지만 진로 고민할 때 여전히 조언 구할 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학생들이 운동 동아리, 동창회 등에서 만난 선배에게 손쉽게 도움을 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동창회장 류전희(52ㆍ건축학과 82학번) 경기대 교수는 “졸업생만 가입할 수 있었던 여성동창회를 올해부터 재학생들까지 활동할 수 있는 ‘여성 공학인 네트워크’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공대 여성동창회는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과 재학생들을 연결시켜주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오는 가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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