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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집은 투자자산이 아니다

입력
2015.05.3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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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에 가계의 지출구조에 대한 비교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지출구조는 교육비의 비중이 높은 것인데 이에 비해 미국은 주거비가 전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의 몇 배가 되는 주거비 중심의 지출구조였다. 미국은 우리의 전세와 같은 주거사용 형태가 없고 주로 월세로 살고 있기 때문에 주거비 비중이 우리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우리도 주거보유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연일 전세 값은 오르지만 전세물건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과거에는 월세 부담이 전세금조차 마련하기 힘든 저소득, 저자산 계층의 일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처럼 대부분의 우리 가계들도 월세지출이 가계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내 집은 훌륭한 투자처였다. ‘내 집 장만’은 ‘안식처의 마련’과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손에 거머쥐는 일로 모든 가계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집 마련’이라는 인생의 중대 과업이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일로 전락을 했다. 꼭 내 집을 사야 할까? 정답은 없다. 집을 반드시 사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집은 반드시 필요하다. 살아가려면 먹을 것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어딘가 우리가 몸을 누이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게 집이고, 먹는 일과 같이 집을 마련하는 것(반드시 사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또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요즈음은 집 사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좋은 자가용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집과 자동차 모두 우리의 자산이다. 그런데 자동차를 사면서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주 희귀한 수집용차라면 모를까 사람들은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하기 위해 차를 사지 타다가 좀 더 비싼 값에 팔려고 차를 사지는 않는다. 오히려 차를 타다 보면 새 차가 헌 차가 되기 때문에 팔 때는 당연히 살 때에 비해 가격이 내려가고 우리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자동차는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하는 것이지 투자의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이다. 사용을 목적으로 마련하는 자산이 바로 사용자산이다. 사용을 했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사용을 하기 위해서는 유지 보수하는데 돈이 더 들어 가기도 한다.

집을 자동차와 같이 생각하라는 것은 아니다. 같을 수도 없다. 가격 차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중요성에 있어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자가용이 없고 대중교통 조차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걷는다는 대안이 있다, 하지만 내 집이 없고 빌려서 살만한 집이 없다면 대안은 ‘노숙’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자산이 바로 집이다.

이제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지 말자. 특히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는 은퇴기를 생각한다면 내 집 마련은 필수적인 인생의 과업이다. 연금 200만원은 은퇴자들이 살아가기에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여기에서 월세를 부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방 한 칸을 얻는데도 월 50만원은 족히 들어야 한다. 내 집을 가지고 은퇴를 하는 사람들과 내 집 없이 은퇴를 하는 사람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클 것이다.

뉴노멀 하면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 현상을 일컫는다. 여기에 하나 더해서 ‘월세시대’도 뉴노멀로 포함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저금리와 저성장에 적응해 가야 하는 것처럼 월세를 내야 하는 것에도 적응해야 한다. 집은 투자자산이 아니라 사용자산이다. 사용하는 만큼 월세라는 가격을 지불하든지 아니면 내 집을 사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집을 샀던 노멀시대가 아닌 뉴노멀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이여 내 집은 투자자산이 아니라 사용자산임을 명심하자.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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