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회장 "블래터 당장 사퇴를, 차기 회장으로 후세인 부회장 지지"
미국ㆍ캐나다ㆍ호주 축구협회도 가세… UEFA, 러 월드컵 보이콧 만지작
아시아ㆍ아프리카ㆍ남미는 親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이 미 사법당국의 부패 수사로 분열 조짐마저 일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해 유럽과 비유럽의 대결 양상이 벌어지면서 자칫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反) 블래터’ 진영의 핵심 인물은 미셸 플라티니(60ㆍ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다. 그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제65차 FIFA 연차총회 개막 연설에서 비리로 얼룩진 축구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실 플라티니 회장은 제프 블래터(79ㆍ스위스)가 1998년 FIFA 회장으로 선출될 때 도움을 준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축구계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자 블래터와 등을 돌렸다. 그는 이번 제12대 FIFA 회장선거를 앞두고 “블래터는 당장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UEFA 가맹국은 알리 빈 후세인 현 FIFA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날을 세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데이비드 길(영국) FIFA 집행위원도 총회를 통해 플라티니의 주장을 거들었다.
미국축구협회와 캐나다축구협회, 호주축구협회 등도 UEFA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축구협회가 특히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수닐 굴라티 미국축구협회장은 28일 “알리 후세인 부회장은 FIFA 개혁의 적임자”라며 “미국은 공약에는 관심 없다. 누가 FIFA 회장으로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지를 판단해 알리를 지지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남미축구협회(COMEBOL) 등은 블래터 회장의 5선에 힘을 실어, 반 블래터 연합전선측의 역부족이란 평가다.
세 불리를 느낀 플라티니 UEFA 회장은 급기야 월드컵 보이콧 카드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EFA가 실제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 할 경우 대회는 유럽권 국가들이 배제된 반쪽 대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개최국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FIFA 부패 수사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UEFA의 월드컵 보이콧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1904년 창립된 FIF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ㆍ205개국)보다 많은 209개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축구가 세계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거둬들이는 FIFA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TV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권 판매로 57억 달러(6조3,00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현금보유고도 15억 달러(1조6,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IFA는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있어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블래터 회장의 일인체제 아래 FIFA의 폐쇄성이 개선되지 않은 점도 부패 의혹을 확산시켰다.
블래터 회장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FIFA의 비리를 뿌리뽑고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지만, 블래터 스스로 ‘부패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5선 이후에도 세계 축구계는 ‘블래터 대 반 블래터’구도로 나뉘어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종민기자 mi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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