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홍인근씨, 서경덕 교수와 대학생 탐방단 이끌고 8월 독도 찾아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 아들, "이제서야 아들 몫 하게 됐어요"
‘아버지 팔아먹는다’, ‘독도의용수비대 팔아먹는다’….
사진작가 홍인근(45)씨는 독도의용수비대 고 홍순칠 대장의 아들이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서울의 광고대행사에서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지만 독도를 찍는 일만큼은 스스로에게 쉬 허락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청춘을 바쳐 지켜낸 독도이고, 아버지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은 섬이었다. 잘못했다간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본격 독도에 올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세상에 퍼뜨린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9일 홍인근씨와 함께 대학생 탐방단을 이끌고 오는 8월초 독도를 찾는다고 29일 밝혔다. 20여명으로 구성된 탐방단은 독도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 야후의 플리커, 구글플러스의 스토리 등 SNS로 세계 각국에 송출하게 된다.
홍씨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독도 가는 걸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이자 매력적인 관광지임을 알리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의 독도 방문 때 유가족 신분으로 서너 번 독도를 찾았을 뿐 개인적으로 섬을 찾은 적은 없다.
그의 이번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다. 홍씨는 “나보다 독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독도를 지킨 아버지를 더 소상히 기억하고 있는 누나들이 위로 셋이나 있어서 지금까지 나서지 않았다”며 “말이 아니라 사진이라면 다른 차원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독도를 온몸으로 지켜낸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독도를 알려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작용했다.
사실 그는 일찌감치 독도를 이용해 출세하고픈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독도의용수비대 대장을 지낸 아버지의 든든한 고리도 있었고 남들이 알아주는 사진 실력도 있었다. 대피소가 있어 어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서도에 1년 정도 거주하면서 독도의 24시간을, 사계절을 담아 세상에 알리면 자신도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처럼 관광선이 드나들지도 않던 때였고, 기본적으로 변화 무쌍한 기상 탓에 입도가 쉽지 않기에 가능성은 충분했습니다.” 10년 전의 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섬에 들어가지 않았다. “좋은 일 하면서도 ‘홍순칠의 아들’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오해를 받을 것 같기도 했고, 전쟁이 끝난 뒤 독도를 지키겠다며 뛰어든 당시 20대 의용수비대원들의 정신을, 그들의 열정을 과연 내가 사진에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대신 독도에 대한 사랑을 그는 독도사진 공부로 채워나갔다. “관심을 갖고 보니 이젠 배경 없는 사진을 한번만 봐도 섬의 어디에서 몇 시쯤 촬영된 사진인지 알아 낼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몇 번 들어가지 않은 독도지만 그간 촬영한 사진과 남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독도 구석구석을 익힌 덕분이다. “대학생들과 함께 섬에 들어가면 독도를 가장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지점들을 시간대별로 알려주는 게 제 일이 될 겁니다.” 사진이 빛을 이용한 예술인 만큼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도 시간대별로 달리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순칠 대장의 아들 신분인 만큼 독도의용수비대 이야기는 물론 울릉도 개척민인 조부의 이야기까지도 곁들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피사체의 사정을 알고 찍을 때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찍을 때의 사진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가 꼽는 ‘독도 사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여름. 그러니까 요즘과 같은 5월 말에서 단풍이 들기 전의 9월 전까지다. “푸릇푸릇한 느낌도 있고 갈매기들이 알을 까기 위해 제일 많이 찾을 때라 독도가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가을이면 또 다 어디로 날아가거든요. 겨울엔 아무리 성능 좋은 카메라를 동원해도 독도 사진은 흑백이 돼 버리고 맙니다.”
아름다운 독도 사진 찍는 법을 젊은 대학생들에 알려줄 생각에 요즘 그는 설렌다. “아버지가 지킨 독도의 사진들이 전 세계로 돌아다닐 걸 생각하니 이제서야 홍순칠 대장의 아들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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