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부패 스캔들로 홍역을 치른 국제축구연맹(FIFA)이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장 선출과 관련해 유럽과 비유럽의 대결 양상이 벌어지면서 자칫 2018 러시아 월드컵 개최도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反) 블래터' 진영의 핵심 인물은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다. 그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제65차 FIFA 연차총회 개막 연설서 비리로 얼룩진 축구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사실 플라티니 회장은 제프 블래터가 1998년 FIFA 회장에 선출될 때 도움을 준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축구계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자 블래터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그는 "블래터는 당장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UEFA 가맹국은 알리 빈 후세인 현 FIFA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날을 세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데이비드 길(영국) FIFA 집행위원도 총회를 통해 플라티니의 주장을 거들었다.
미국축구협회와 캐나다축구협회, 호주축구협회 등도 UEFA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알리 부회장의 FIFA 회장 당선을 밀고 있다. 미국축구협회가 특히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수닐 굴라티 미국축구협회장은 28일 "알리 부회장은 FIFA 개혁의 적임자"라며 "미국은 공약에는 관심없다. 누가 FIFA 회장으로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지를 판단해 알리를 지지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남미축구협회(COMEBOL) 등은 블래터 회장의 5선에 힘을 싣고 있다.
각국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선거의 판세는 블래터 회장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 수장들의 투표로 이뤄지는 데 1차 투표에서 3분의 2이상 표를 획득하면 선출된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 140표를 얻으면 당선된다.
설령 1차 투표 판세를 뒤엎어도 '반 블래터' 세력은 여전히 불리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2차 투표에서는 과반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회원국은 유럽(53개국), 북중미(35개국), 아프리카(54개국), 아시아(46개국), 남미(10개국), 오세아니아(11개국)로 구성되는 데 블래터 회장 지지를 선언한 국가들의 표를 합치면 110표나 된다.
블래터 회장은 반대세력인 유럽, 북중미, 오세아니아에서 일부만 표를 끌어 모아도 5선에 성공할 수 있다. 알리의 당선 가능성은 지극히 적은 셈이다.
플라티니 UEFA 회장은 급기야 월드컵 보이콧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UEFA가 실제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 할 경우 대회는 유럽권 국가들이 배제된 반쪽 대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개최국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FIFA 부패 수사에 다소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UEFA의 월드컵 보이콧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사진= 미셸 플라티니.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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