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7억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책은 고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물리학, 화학을 거침없이 넘나든다. 인간의 몸, 유전자에 새겨진 우주의 역사와 인간 진화의 패러다임을 285쪽 분량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2004년 북극에서 발 달린 물고기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해 학계를 놀라게 한 세계적인 고생물학자 닐 슈빈(시카고대 생명과학 및 해부학 교수)이 썼다.
국내 번역 출간된 전작 ‘내 안의 물고기’에서 그는 물고기ㆍ파리ㆍ박테리아 등 인간과는 한참 멀리 떨어져 보이는 생명체들이 해부 구조상 인간 몸과 무척 많이 닮았음을 밝히고, “인간은 업그레이드된 물고기”라고 주장했다. 이번 책은 더 멀리 나간다. 우리 몸과 생명의 내력을 추적하기 위해 별의 탄생, 하늘을 지나는 천체들의 움직임, 심지어 그 천체들의 기원까지 살핀다.
예컨대 당신이 뚱뚱해서 불행하다면 목성을 미워해도 좋다. 우리 몸의 크기와 형태는 지구 중력에 달렸는데, 그 중력을 결정한 게 목성이기 때문이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육중한 행성이다. 태양계의 나머지 행성 전부를 합친 것보다 2.5배 무겁다. 목성처럼 거대한 행성은 중력장도 그만큼 커서 지구의 크기와 중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목성이 태양에서 더 먼 곳에 생겼다면, 지구는 더 작았을 것이고 우리는 더 길쭉한 몸을 지니게 됐을 것이다.”
바위, 행성, 우주의 구성과 인간의 몸이 공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책은 간결하고도 흥미롭다. 가장 작은 원자를 쪼개고, 가장 거대한 은하를 조사하고, 가장 높은 산맥과 가장 깊은 바다의 암석을 탐사하고, 오늘날 살아 있는 온갖 생물종의 DNA를 분석하는 등 과학이 분투해서 알아낸 사실들을 솜씨 좋게 한 줄로 꿰어 설명한다. 위대한 과학자들과 과학사의 성취를 필요한 대목마다 들려준다.
인간의 세포가, 원시 지구를 증언하는 암석 알갱이 하나가, 광년 거리에서 날아온 별빛이 서로 무관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역사를 함께 써 왔다니, 근사하다. 시적인 감흥과 흥분마저 불러일으키는 과학교양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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