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치유하고 아날로그적 삶을!
성균관대·덕성여대 등 대학가 확산
휴대폰 반납하고 독서 마라톤에
인문 교육 강화한 휴마트 교육도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사용으로 생긴 건강 악화, 중독 현상의 병폐를 치유하자며 3년 전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운동이 국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대학 본연의 기능인 인문학 탐구로 현대사회 고질병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29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이 대학 문헌정보학과 학생회는 31일 오전 독서 마라톤 ‘캠퍼스로 떠나는 성균인 책 소풍(사진)’을 개최한다. 여느 독서 모임과 다른 점은 참가자들이 책을 읽기 전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6시간 동안 철저하게 디지털 기기로부터 격리된다는 점이다.
독서 마라톤은 대학생들의 탈(脫)디지털 욕망에서 비롯됐다. 학생회가 독서성향 파악을 위해 이달 초 50여명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탓에 책 읽기가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 절반 이상은 독서에 집중하기 위해 도서관 등 책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고 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많은 경우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72%ㆍ36명)고 답했다. 읽고 싶은 책도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교양서 ‘서양미술사’등 주제가 묵직했다.
홍민기(26) 문헌정보학과 학생회장은 “독서광도 책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스마트폰을 한 번 들여다 보는 것이 현실”이라며 “진득하게 종이 활자를 읽는 경험만으로도 디지털 중독을 되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첫 행사임에도 신청자가 폭주하는 등 열띤 분위기에 힘입어 학생회는 독서 마라톤을 분기별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른 대학들도 인문학을 통한 디지털 디톡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디지털로 인한 소통 부재나 단편적인 지식 습득 등의 ‘독소’를 인문학으로 해독해야 한다”며 인문교육(Humanity)과 정보통신기술(Smart)의 합리적 융합을 꾀하는 ‘휴마트(Humart)’ 교육 계획을 밝혔다. 앞서 1월에는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인문학 강의록을 엮은 책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을 펴내 디지털 문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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