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발표 후
지배구조 개편 차기 수순으로
증권가선 양사 합병 가능성 점쳐
이재용 남매가 지분 19% 가진
SDS쪽에 유리한 비율 적용될 듯
제일모직·물산 주가는 이미 동조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발표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들 주가에서 미묘한 차별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합병 당사자인 두 회사 주가는 거의 일치하는 흐름을 보였고, 삼성SDS 주가는 연일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별화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192,000원을 기록해 전날보다 6,000원(3.23%) 상승했다. 합병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해 17.4% 상승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600원(0.94%) 떨어지긴했지만, 합병 발표 이후 13.9% 상승했다. 삼성SDS는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합병 발표후 26.4%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27일부터 3일 연속 하락해 이날 130만 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들 4개 종목은 대표적인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로 꼽힌다.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다수 가졌거나 앞으로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그럼에도 합병이라는 같은 변수를 둘러싸고 이런 차별화가 발생한 것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각 종목이 받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삼성물산(합병법인)→삼성생명→삼성전자’ 흐름으로 단순화된다.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한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법인 지분 16.5%를 보유하게 되고 이를 통해 그룹 핵심회사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 다음 수순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삼성SDS 주식 19.05%를 가진 3남매(이재용 이부진 이서현)가 그룹 핵심기업인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최대 수혜주는 삼성SDS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삼성SDS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삼성SDS가 삼성전자와 합치는 경우 아무래도 삼성전자보다는 삼성SDS 쪽에 유리한 비율로 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합병을 전제로 지금 삼성SDS 주식을 사면 삼성전자 주식을 훨씬 싸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주가는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는 것”이라며 삼성SDS 목표주가를 29만원에서 39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합병 시 불리한 비율이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감에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두 회사의 합병 대신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 이 부회장 등이 삼성SDS 지분을 내다파는 시나리오가 진행될 경우 삼성SDS의 주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동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미 한 회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주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 전망했다. 주가의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다는 점이 두 회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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