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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친노 프레임의 종언

입력
2015.05.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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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당시 당내에 뚜렷한 세력이 없었다. ‘노사모’등 시민사회 집단을 기반으로 한 노무현 세력을 지칭할 마땅한 명칭이 없어 고민하던 정치권은 뭉뚱그려 ‘친노’라 불렀다. 친노의 출발은 패권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노무현 당선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절정기를 맞은 친노는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노무현의 오른팔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 칭했다.

▦ 노 전 대통령의 비운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친노를 부활시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중심에 서고 과거 청와대에서 동고동락했던 ‘3철’(양정철, 이호철, 전해철)이 결집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친노는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구심점을 잃었다. 그러다 올해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친노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명백히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은 대략 20명 선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김한길, 정세균, 고 김근태 계열인 민평련 계파도 각각 엇비슷하다. 계파 규모로 볼 때 친노‘패권’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운동권 출신이나 강경파를 친노와 동일시하면서 독선에 빠진 부정적 존재로 치부한 낙인효과 탓이다. 다분히 정치적으로 의도된 프레임을 놓고 당 내부에서조차 집안싸움을 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 새정치연합의 친노 패권주의 공방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의 이른바‘빽바지-난닝구’ 논쟁을 연상시킨다.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을 놓고 친노 쇄신파와 민주당 잔존세력은 극심한 갈등을 벌였다. 실용파와 개혁파간의 극한대립은 노선보다 권력투쟁에 가까웠다. 요즘 새정치연합 내홍을 보면 당시 대결구도가 공수(攻守)만 바뀐 채 재연된 듯하다. 비노는 친노에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고 친노는 비노를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답은 친노 프레임을 혁신의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계파간 대결을 혁신의 우산 속으로 결집시켜야 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다시는 친노 패권주의란 말이 나오지 않게만 해도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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