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상 최대 빅뱅
10위권에서 단숨에 6위로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일어난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는 경쟁업체인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40조9,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아바고는 전체 인수 대금 가운데 170억달러는 현금으로, 200억달러는 주식으로 지급한다. 인수 작업은 내년 초 마무리 될 예정이며,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계 반도체시장의 10위권인 아바고는 단숨에 6위까지 뛰어오른다.
1961년 설립된 브로드컴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통신용 반도체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업체다. 한때 퀄컴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경쟁했으나 통신칩은 퀄컴에 밀려 접는 분위기이며, 와이파이칩에 주력하고 있다. 와이파이칩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업체다.
특이 사항은 인수를 당하는 브로드컴의 매출이 아바고를 2배 가까이 앞지르는 점이다. 지난해 브로드컴은 84억달러를 벌었고, 아바고는 4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가총액은 아바고(363억달러)가 브로드컴(340억달러)보다 많다.
이번 M&A는 ‘닷컴버블’ 이후 정보기술(IT)업계 최대이자 반도체업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던 인터넷업체들의 거품이 꺼지며 한꺼번에 파산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미국 통신망 장비업체 JDS 유니페이스는 2000년 네트워크 장비업체 SDS를 380억달러에 사들였다.
아바고가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바고는 2013년 이후 LSI, 에뮬렉스 등 5개사를 사들였다. 세계 최대 모바일 응용프로세서(AP) 제조업체 퀄컴 역시 지난해 영국 반도체업체 CSR을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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