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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은 힘ㆍ성실함… 씨름판의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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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은 힘ㆍ성실함… 씨름판의 장그래

입력
2015.05.2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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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重 입사한 한라장사 이준우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은 사회 초년병 ‘장그래’를 통해 실제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내 큰 인기를 끌었다.

씨름판에도 ‘장그래’의 삶에 뛰어든 선수가 있다. 한라장사 이준우(35ㆍ현대코끼리씨름단)가 주인공이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비정규직 신분이 아닌 정식 발령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씨름 현역 선수가 일반 회사원으로 변신한 사례는 최초다. 세 차례 장사 가운을 입은 이준우는 성실함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그의 성실함은 현대삼호중공업 회사 내에서도 인정받은 지 오래다. 그 결과 올해 1월1일자로 현대삼호중공업 총무부로 정식 발령을 받았다.

신분은 총무부 소속이지만 본업은 씨름 선수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선수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라며 “은퇴 하면 본격적으로 회사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퇴 후 맡을 업무는 씨름단 지원 담당이다.

이준우는 “현재 씨름단 정식 선수라 하루 운동이 끝난 뒤 저녁 시간에 따로 회사 업무 수업을 받고 있다”며 “문서 작업, 회사 생활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힘들지만 보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원으로 첫 출근을 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컴퓨터 모니터에 비친 모습을 보는데 웃음이 났다”며 “항상 씨름 팬티와 샅바만 차다가 회사 근무복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으니 어색해서 그랬던 것 같다. 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두려움도 있었다”고 돌이켜봤다.

사내에서 이준우는 ‘이그래’로 불린다. 본인도 이 별명에 만족하는 눈치다. 그는 “드라마 미생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씨름 선수였는데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그래’라는 별명은 장우현 씨름단 전 팀장님이 지어줬는데 드라마 주인공처럼 저 역시 신입사원이라 이 별명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웃었다.

이준우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회사원 되더니 운동도 하지 않고 게을러졌네’라는 말이다. 또 선수를 하다 회사원으로 발령 난 첫 번째 사례라 책임감도 더욱 생긴다. 이준우는 “혹시나 나 자신이 나태해질까 봐 항상 긴장하고 있다”며 “내가 노력해서 잘해야 제2, 3의 이준우도 나올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후배들을 위해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계약 기간 내 다시 한번 꽃가마에 오르는 걸 목표로 삼았다. 지난 설 대회에서는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준우는 “올해 딸 유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딸에게 멋진 씨름 선수였던 아빠로 기억 되고 싶다. 올 시즌 몸 상태도 좋고 부상도 없으니 반드시 꽃가마를 타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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