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한국시간) 한-중 탁구 스타 출신 안재형(50)·자오즈민(52) 부부의 아들 안병훈(24)이 유럽 프로골프투어 BMW PGA챔피언십 우승을 거두며 스포츠스타 2세들의 ‘훈훈한’성장에 다시 한 번 눈길이 쏠렸다.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스포츠스타들의 자녀는 어느덧 무럭무럭 성장해 스포츠계 곳곳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우월한 유전자에 노력이 더해져 결실을 맺은 스포츠스타 2세들의 활약상을 짚어봤다.
● ‘어머니의 땅’ 중국서도 주목한 안병훈 우승
안병훈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만 17세의 나이로 US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둔 2009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거둔 우승은 2011년 프로전향 이후 처음이지만 대회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골프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 우승 이후 집계된 세계남자골프랭킹에서 54위를 기록했다. 지난 주 132위에서 무려 78위나 껑충 뛰어 오른 수치다.
이런 안병훈의 성공 뒤에는 아버지 안재형의 열성적인 뒷바라지가 있었다. 지난 2007년 대한항공 탁구단 감독직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으로 향한 안재형은 수 년간 아들의 캐디백을 직접 메고 다니며 아들의 성공 시대를 함께 열었다. 안병훈의 이번 우승은 중국에서도 크게 조명되고 있다. 그의 어머니 자오즈민의 영향 때문이다.
● ‘차범근 아들’차두리, ‘대한민국의 아들’로
차범근(62)은 한 포털사이트에 쓴 칼럼에서 “사람들은 아버지인 나와 비교하느라 두리한테 만족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차붐의 아들’은 팬들에게는 아쉬움이고 두리에게는 짐이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아버지의 그림자를 거두기란 쉽지 않았다. 차두리(35)는 고려대 재학 시절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이 전환점이 됐다. 대학생 신분으로 한일 월드컵에 출전해 4강 신화를 함께 쓰며 ‘차범근의 아들’에서 ‘대한민국의 아들’로 거듭났다. 이후 아버지가 뛰었던 독일 레버쿠젠과 입단 계약을 맺고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지만 아버지 명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큰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2010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FC로의 이적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이었다. 기성용과 함께 전성기를 지낸 그는 이후 뒤셀도르프로 이적하며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명예를 회복 했다. 2013년 서울FC로 이적한 차두리는 현재 K리그 무대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 ‘마당에 잔디구장’ 기성용 아버지의 지극 정성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활약중인 기성용(26)의 아버지 기영옥(58) 씨의 ‘아들 사랑’도 유별나다. 광주광역시축구협회장 겸 광주FC 단장을 맡고 있는 그가 아들 기성용을 위해 전남 광양 자택 마당에 잔디 연습장을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기영옥 씨는 2002년,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 기성용을 호주로 유학 보내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 씨가 호주 유학을 선택한 목적은 축구가 아닌 영어였다. 축구를 하다 실패 하더라도 영어만 확실히 터득해 놓는다면 행정 또는 심판, 지도자, 에이전트 등 축구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서다. 아버지의 승부수는 성공적이었다. 기성용은 축구와 영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영어 잘하는 정상급 축구선수’가 됐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중심으로 성장한 기성용은 이번 시즌 8골을 뽑아내며 아시아 선수 역대 한 시즌 최다 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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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기특하네’… 농구대통령의 두 아들
1990년대 농구판을 휩쓸며 ‘농구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허재(50)전 KCC 감독의 두 아들 허웅(22)과 허훈(20)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라 농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장남 허웅은 연세대를 졸업한 후 원주 동부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 중이고 차남 허훈 역시 연세대에서 주전 가드로 활약 중이다. 아버지와 함께 미국에 갔던 초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농구 선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두 아들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꺾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허씨 집안’은 벌써부터 농구코트에 다양한 일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허재는 지난해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들 허웅을 외면한 채 김지후(23)를 뽑았다. 당시 “섭섭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던 허웅은 지난해 11월 15일 아버지와의 첫 맞대결에서 79-77로 꺾고 먼저 웃음지었다.
●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도 진화 중
‘바람의 아들’ 이종범(44)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17)도 휘문고의 유니폼을 입고 고교 야구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야구팬들은 벌써부터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정후는 1학년이던 지난해 제 4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휘문고가 치른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야구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타격과 주루, 수비에서 전천후 활약을 펼치는 모습이 꼭 아버지를 닮았다는 평가다. 이정후의 목표는 아버지가 세운 한 시즌 최다 도루(84개)를 넘어서는 것이다. 송진우(49) KBSN 해설위원의 아들 송우현(19) 역시 올해부터 넥센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 명포수였던 경찰 야구단 유승안(59)감독의 두 아들 유원상(29·LG트윈스) 유민상(26·경찰청)도 프로 선수로 활약 중이다.
조한울 인턴기자 (한양대 영어영문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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