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과학고 상종가… 지자체 유치전 가열
현 소재지 포항시 “타지 이전 절대 안돼” 사수 총력전
경북 포항시에 있는 경북과학고의 주가가 한껏 치솟고 있다. 현재 학교가 노후화해 현대화 필요성이 제기되자 일부 지자체가 유치전에 나섰고, 포항시는 다른 지자체에 뺏길 수 없다며 사수작전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북지역 일부 시ㆍ군은 요즘 경북과학고 유치전에 시동을 걸었다. 혁신도시가 있는 김천시와 경북도청이 이전하는 안동시, 경산과학고가 있는 경산시 등이다.
김천시는 혁신도시 안에 특수목적고를 우선 배치한다는 정부시책을 내세우며 과학고를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혁신도시 안으로 옮기면 이전에 필요한 토지매입비와 교사건축비 등을 전액 국비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동시는 신도청시대 개막에 맞춰 과학고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지와 건축비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산과학고와 경북과학고 통합을 추진했던 경산시도 재도전에 나섰다. 경산과학고와 통합하면 학교 이전에 따른 400억~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무기다.
이들 지자체가 포항에 있는 경북과학고 유치에 나선 것은 포항시 용흥동 교사가 1993년 지어져 낡은데다 학생수에 비해 협소해 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래 학년 당 1학급씩 모두 3학급으로 설계했는데 재학생이 6학급으로 늘어 교육환경이 최악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05년 경산과학고 설립추진 당시 통합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게다가 과학고는 경북 전체를 모집단위로 하고, 재학생 모두가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어 경북지역 어디에 있든 과학고 학생 학부모들이 특별히 불편해할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경북과학고 이전 설이 나돌자 포항지역 중학생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경북과학고가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경북 제1의 도시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해 온 포항테크노파크2단지에 2만5,000㎡의 부지를 확보했지만 산단 조성이 최종적으로 무산되자 유치전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포항시가 경북과학고를 사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는 남구 지곡동 일대 3만4,923㎡ 부지로 옮기기로 하고 토지 소유자와 접촉했지만 문중 소유 땅 중 불필요한 곳까지 매입해 줄 것을 원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8월로 예정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을 때까지 부지를 확정 짓지 못하면 포항 유지는 어려워질 수 있다.
다급해진 포항시와 달리 시의원 일부도 과학고 유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시를 당황케 하고 있다.
복덕규 포항시의원은 지난 27일 시정보고에서 “포항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경산과학고가 있고 학생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냐”며 “경산과학고와 통합하면 포항시는 물론 경북도와 국가 예산도 절감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경열 의원도 “유럽 선진국에는 이런 특수목적고가 없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경산과학고와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정숙 포항시 새마을민원과장은 “포스텍을 비롯해 경북도내 R&D기관이 가장 많은 첨단과학도시 포항이야말로 과학고등학교가 자리하는데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며 “시의회 첫 상황보고이고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과학고 존치를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의원들 모두 동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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