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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모두 우경화… 양국 관계 개선 전망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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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모두 우경화… 양국 관계 개선 전망 어두워"

입력
2015.05.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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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사 재일동포 원로 학자

윤건차 가나가와대 명예교수 지적

"일본인 역사인식 없어 일본 못 믿어"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에서 과거 일본의 한국 침략, 식민지배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남북 분단의 첫 번째 요인이 일본 식민지배에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거의 없습니다.”

한일관계사 학계 원로이자 재일교포 학자인 윤건차(71) 가나가와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척박한 역사인식 풍토와 우경화 경향을 지적했다. 앞으로도 일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일관계의 미래에 기대할 게 적다는 그의 지적은 일관되게 비관적인데, 섣부른 낙관보다 오히려 현실적인 진단에 가깝다.

윤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한일협정 5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앞두고 ‘자이니치(在日)의 입장에서 본 한일협정’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모든 일본인이 그렇다면 어폐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본인은 역사를 모르며 우리는 일본, 일본인을 믿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을 침략했던 사실이 전혀 없다’ ‘침략의 정의는 국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며 “한국 정부가 어째서 이런 일본 정부와 손을 잡고 정치 외교 관계를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미 한일 간의 인적 교류는 왕성하며,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약간의 배려만 하면 된다”며 “침략을 인정하지 않고, 식민지 지배를 부인하는 과거의 종주국이 일본군위안부의 국가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일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문제가 ‘해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아베 총리가 뭔가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면 화제가 되지만 앞서 무라야마 담화가 있었다고 해서 과거 십 수 년 동안 한일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거나 일본군위안부 문제, 영토 문제, 교과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 것은 전혀 아니다”고 지적했다.

50주년이 된 한일협정은 불행한 역사적 관계를 청산하자는 의미와는 달리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고 윤 교수는 강조한다. 한일협정을 체결한 박정희 정권의 정책과제가 “1950년대까지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북한에 비해 뒤처졌다는 전제 위에 체제경쟁의 불리함을 극복하려 했던 것”이어서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문제는 애매모호한 결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일협정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이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이기고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편승하는 형태로 과거의 종주국 일본과 손을 잡은 것으로, 이 과정에서 식민지 당시 ‘하나의 조선’이라는 의식과 발상은 매우 적었다.”

윤 교수가 앞으로 한일관계를 어둡게 보는 것은 두 나라 모두 우경화한다는 데에 있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는 좌와 우의 선택이 아니라 모두 우에 있다고 할 정도로 사회 전체가 급속도로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으며 아시아, 남북한에 대한 고려 따위는 티끌만큼도 없는 분위기”라며 “중국의 대두, 일본 경제의 축소 등으로 일본인이 자신감을 잃어가는 만큼 한국에 대한 태도는 고압적이 돼갈 뿐”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사회도 이데올로기적으로 우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한일관계만 언급하면 역사의 현실과 과제를 간과하게 된다”며 “이런 태도는 결국 침략과 식민지를 부정하려는 일본의 역사인식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재일교포 2세로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교토대와 도쿄대 대학원을 거쳐 가나가와대에서 일본 근대사상사, 한국 현대사상사, 근대 한일관계사 등을 가르쳐왔다. 평소 일본의 서구 숭배사상과 천황제가 일본 특유의 이질적이고 우월주의적인 민족성을 구성하며, 이 틀안에서 가장 부정적 존재로 각인된 것이 조선인이라고 주장해왔다. 2009년 숙명여대 강단에 서기도 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9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자료를 통해 본 한일협정’을 주제로 한일협정 제50주년 기념학술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는 윤 교수를 비롯, 성주현 청암대 교수, 박진희 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 안소영 국민대 교수, 최영호 영산대 교수, 김인덕 청암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여한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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