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레이는 아내와 이혼 위기에 처해 있는 인물이고 딸이 있는데 저도 이혼 경험이 있고 열세 살 딸이 있습니다. 인간에겐 누구나 약점이 있고 문제가 있죠. 그런 평범한 사람이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 ‘스콜피온 킹’ ‘허큘리스’ ‘지아이조 2’ 등에서 비현실적인 근육질 영웅을 연기했던 할리우드 스타 드웨인 존슨(43)이 보통 사람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대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 ‘샌 안드레아스’에 구조대 헬기 조종사 레이 게인즈 역으로 출연했다. 크고 단단한 근육질 몸매는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한층 현실적인 소시민 영웅이다.

브래드 페이튼 감독, 여배우 칼리 구기노와 영화 홍보 차 중국 베이징을 찾은 그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샌 안드레아스’는 장대한 규모의 스펙터클과 3D, 감동의 3박자를 갖춘 영화”라고 소개했다.
내달 3일 국내 개봉하는 ‘샌 안드레아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미국 서부 샌 안드레아스 단층 지대에 9.5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나는 상황을 그린 재난영화. 초고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쓰나미가 닥쳐 오는 극한 상황에서 소시민 영웅이 목숨을 걸고 가정의 행복을 되찾는다는 게 줄거리다. 평소에도 자상한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그는 “딸이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며 “나 역시 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존슨은 원래 스포츠맨이었다. 196㎝에 120㎏에 달하는 거구를 지닌 그는 1990년대 ‘더 록’이라는 예명의 프로레슬러로 활동하며 수 차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1999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국적인 외모와 비현실적인 체구 덕에 판타지나 신화 속 영웅 캐릭터를 주로 맡곤 했다.
존슨은 쾌활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질문자가 중국어나 한국어로 말할 때도 이해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때론 “좋은 질문일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영웅 연기를 반복하고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는 이유를 묻자 “영웅 연기와 운동을 즐긴다”며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운동하는데 대형 스크린, 특히 3D 영화에선 몸이 툭툭 튀어나오는 효과가 있어 더욱 좋다”며 크게 웃었다.
최근 네팔에서 일어난 대지진에 대해 묻자 그는 웃음기를 싹 거두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하필 이 영화 촬영을 마치고 마케팅을 시작하려 할 때 네팔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희생자가 많이 발생해 가슴이 아팠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케팅을 잠시 멈추고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진을 피할 순 없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으면 합니다.”
드웨인 존슨은 내밀한 심리 연기보다 시원한 액션 연기에 치중하는 배우다. 연기력에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조금씩 연기의 폭을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존슨은 “15년간 연기를 해왔는데 앞으론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도 좋다”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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