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의 고기 얻으려 10kg 곡식 투입
세계적으로 과도한 육식 경계해야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피조물
노아의 홍수 심판서도 구원의 대상
불교에서는 지은 죄가 많으면 다음 생에서 동물로 태어난다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동물은 영혼이 없다며 종교의식이란 이름으로 죽이기도 한다. 한국 가톨릭은 개고기를 다른 조직 못지않게 많이 먹는 집단이기도 하다. 자비와 사랑을 외치는 종교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동물을 사람과 같은 높이에 놓고 보는 곳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뒤늦은 반성일 것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국내 4대 종교 관계자들이 28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카라 더불어센터에 모여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하는 집담회를 열었다. 개식용, 생매장 살처분 등에 대해 종교의 입장과 인식, 대안들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동물애호가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불교쪽을 대표해 참석한 유정길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는 “익충, 해충이라는 개념도 인간 중심적인 것이지만 그들과 인간은 모두 연결된 생명체”라며 “어쩌면 인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모든 생명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이사는 “1㎏의 고기를 얻기 위해 10㎏의 곡식을 투입하면서 세계적으로는 곡물가격 폭등, 기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 과도한 육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계는 그 동안 구제역 등 전염병 가축들의 생매장 살처분의 잔혹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왔다.
용문사 부설 은행나무어린이집 교사인 진엽 스님은 “생명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데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인간중심적이고 잔혹하다”며 “절대자유와 평등사상에 입각해 생명도 높고 낮음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신과 이성을 소유하지 않아 그 자체로는 어떤 도적적 지위도 갖지 못하는 동물은 인간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노아의 홍수심판에서도 동물은 구원의 대상이었다”며 “성서도 동물은 인간의 먹거리가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피조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리에 동물을 사랑하라고 돼 있고 동물학대를 정당화 시키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는데 현실은 상당부분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에선 일부 동물애호가들의 과도한 행태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조현철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동물을 불필요하게 괴롭히며 마구 죽이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하지만 인간에게 쏟아야 할 애정을 동물에게 쏟아 인간이 희생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톨릭 교리는 실제 신이 인간에게 동물을 관리하도록 맡겼고 그래서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적고 있다. 또 동물을 인간 생명 치유와 보호에 이바지하도록 한다면 도덕적으로도 문제 삼지 않는다”면서도 “그렇지만 동물을 이용할 때 도덕적이고 세심한 배려를 전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담회를 기획한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불교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종교들은 동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게 사실인데 다른 종교들도 동물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표출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동물이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존재라는 점을 널리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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