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안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 등을 놓고 진통을 거듭한 끝에 오늘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공적연금 개혁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골격은 지난 2일 공무원연금개혁특위가 합의한 대로다. 공무원이 부담하는 돈은 5년에 걸쳐 월 급여의 7%에서 9%로 올리고,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지급율은 단계적으로 1.9%에서 1.7%로 낮추도록 했다.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기로 함에 따라 향후 70년 간 총재정부담금이 333조원 가량 줄게 된다.
기대했던 개혁 수준이 공무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반쪽 개혁에 그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과 공무원연금가입자,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국민대타협기구와 그 실무기구에서 대화와 양보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어떤 개혁이든 이해당사자의 반발은 있게 마련이다. 개혁 명분으로 그런 반발을 밀어붙일 수도 있으나 큰 후유증과 사회적 비용이 불가피하다면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된 차선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진한 건 사실이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을 보였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처리 불발의 원인이 됐던‘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논란은 곧 국회에 설치될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서 다른 합의내용과 함께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증하기로 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 논의는 이 사회적 기구의 무대로 옮겨가게 됐다. 여야의 각각 추천, 또는 합의 추천 인사 등 20인으로 구성되는 이 기구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48.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이다. 이를 OECD 평균수준(12.8%)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공적연금으로 커버 안 되는 노인빈곤 사각지대도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와 보수ㆍ진보가 따로 없다. 여야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정치적 유ㆍ불리를 떠나 사회적 기구가 이른 시일 내에 최선의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해야 마땅하다.
여야는 이번에 공무원연금개혁안과 사회적 기구 설치안에 대해 일찌감치 합의해놓고도 국회 본회의 통과에 앞서 격한 줄다리기를 거듭했다. 야당이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들을 연계한 게 주된 요인이지만 여당, 그리고 그 배후인 청와대의 경직성도 한 몫을 했다. 혁신을 다짐하는 야당은 이젠 국민들이 넌더리 내는 구태의연한 연계전략을 버려야 하고, 여당과 청와대는 보다 유연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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