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선이 무너진 지 하루 만에 6원 넘게 떨어지며 890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달러화 강세 재개에 따른 엔저(低) 흐름 가속화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원ㆍ엔 환율 800원대 시대가 본격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올 들어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3.26원(오후 3시 기준)을 기록했다. 이달 4일 이래 재차 900원선이 무너진 전날(899.51원)보다 6.25원 떨어진 것으로, 2008년 2월 28일(880.75원) 이래 최저치다.
이날 890원대 중반에서 개장한 원ㆍ엔 환율은 정오 무렵 장중 최저치인 892.76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엔ㆍ달러 환율에 연동된 흐름이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8년 만에 달러당 124엔대로 치솟은 엔화 환율은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정오쯤 2002년 12월 5일 이래 최고치인 124.28엔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 원ㆍ달러 환율 역시 이날 0.3원 오른 1,105.8원을 기록하며 사흘째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를 이어갔지만 엔화 절하폭에 미치지 못하면서 원ㆍ엔 환율의 급락을 겪었다.
이달 중순만 해도 달러당 119엔대에 머물던 엔화 환율은 2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발언을 계기로 급등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이 엔화를 대거 팔고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선 엔ㆍ달러 환율이 조만간 달러당 125엔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엔저 흐름이 탄력을 받으며 원ㆍ엔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큰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은 원화 절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저 가속화에 한계는 있지만 엔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가격 인하 등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달러화 강세, 중국 경제 회복 부진, 당국 개입 등을 들어 원ㆍ엔 환율이 900원선을 조만간 회복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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