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근거 조항 합헌 결정
전교조 운명 다시 법원 손으로
현직 교원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교원노조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조합원 6만명에 해직교사 9명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건이 다시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전교조는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린 시대착오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헌재는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유지할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 이 문제는 법원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헌재는 28일 서울고법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2조에 대해 “교원노조의 단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고된 교원이 교원노조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교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활동해야 할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재직 중인 교원에게만 조합원 지위를 부여하는 건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직 교원으로 교원노조원의 범위를 한정한 것은 (조직 특성이 같은) 일반 산별ㆍ지역노조와 비교해 보면 지나친 단결권 제한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교원의 근로조건 대부분은 법령과 조례로 정해지고, 실제 적용도 재직 중 교원에게 해당돼 해직자를 배제하는 것이 단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위헌제청을 했던 서울고법 재판부는 “지역ㆍ전국 단위로만 설립되는 교원노조는 실업자의 가입과 활동이 허용되는 산별노조 등 초기업별 단위노조와 본질적으로 같은데도 교원노조법 2조로 인해 다르게 취급 받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헌재는 교원만 유독 다른 직종 근로자와 차별해 해고자를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게 한 것을 평등권 침해로 봤던 서울고법의 판단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헌재는 해직교사 9명이 있다고 이미 설립신고를 하고 정당하게 활동하던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한 것이 고용노동부의 재량권을 넘어섰는지는 법원의 판단 영역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위헌심판 제청으로 보류했던 사건 심리를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 이어 유일하게 ‘위헌’이라 판단한 김이수 재판관은 “이 조항은 노조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목적과 달리 도리어 자주성과 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재판관은 이어 “교원노조는 정치활동 금지법 조항이 있어 해직교원이 포함된다 해도 정치화하거나 교육권을 저해할 위험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판결이 난 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반발했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해직자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국제 기준과 시대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판결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조합원 50여명은 헌재의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謹弔’(근조)자가 적힌 리본을 일제히 착용하기도 했다.
다만 전교조는 헌재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적법 여부를 법원에 맡긴 것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법원에서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헌재가 교원노조법 2조가 합헌이라고 해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 중인 교원노조의 법률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시한 점은 사실상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위법이라고 간접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다음달 1일 이번 결정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고용부는 2013년 10월 전교조에 대해 해직교원 9명을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교원노조법 위반이라며 법외노조 통보를 했고, 전교조는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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