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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한 차선, 빗물에 씻겨간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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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한 차선, 빗물에 씻겨간 이유가…

입력
2015.05.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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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따낸 업체들 수수료 받고 넘겨

시공사는 이익 남기려 불량 재료 써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도로 노면표시 공사에서 불량 도료를 사용해 운전자 안전을 위협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이모(48)씨 등 도장업체 관계자 78명과 법인 58곳을 불구속 입건하고,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알선해준 브로커 박모(43)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도로사업소와 구청 25곳이 발주한 도로 노면표시 공사에 입찰했다. 여기에는 강변북로, 남부순환로, 내부순환로, 동일로 등 서울의 큰 도로 대부분이 포함됐다. 공사비는 건당 1억~8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최초 입찰을 따낸 도장업체들은 대부분 도로 노면 공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처음부터 공사를 따낸 뒤 이를 다른 업체에 넘기고 수수료를 받을 속셈이었다. 이씨 등은 수수료로 공사액의 25~30%를 받고 브로커 박씨에게 공사를 넘겼다. 박씨는 이를 또 다른 시공업체들에게 넘기면서 5~10%의 알선 수수료를 챙겼다.

마지막으로 공사를 넘겨 받은 업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수수료를 떼인 탓에 원래 공사액의 60% 내외 수준에서 시공을 해야 했다. 결국 이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불량 재료를 쓸 수밖에 없었다. 도로 노면표시에 쓰이는 도료는 야간에도 잘 보이는 특수도료만 사용해야 하는데 주차장 구획 표시에나 쓰는 값싼 일반도료를 섞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긴 것이다. 이 때문에 불량 도료로 시공된 도로 노선은 일정 시간이 지나자 쉽게 마모 돼 밤에는 잘 보이지 않거나 비가 오면 씻겨 내려갔다.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부실 시공 공사는 총 74건으로 조사됐으며 전체 공사액은 183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공사 관리ㆍ감독이 부실했던 감리업체 3곳을 서울시에 통보하는 한편 이들 업체의 직무유기 등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실 시공을 근절하기 위해 건설 능력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관계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며 “시는 감리인원 증원 등 방안으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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