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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머리카락 조서 (調書)

입력
2015.05.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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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털은 숱 많은 자연 컬이다. 빗은 일체 손 안 대고 자라는 속도도 빨라 자른 지 보름만 지나도 삐죽 삐죽 삐치기 일쑤다. 감고 나서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질감이 약간씩 달라진다. 꼬불꼬불 덥수룩한 꼴을 보곤 당연히 파마했을 거라 지레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젤 같은 건 잘 사용 안 하지만, 가끔 손댈 때에도 얌전하게 다듬는 건 아니다. 마구 덧바르고 흐트러뜨려 숫제 폭탄 맞은 사람 꼴이다. 악취미라면 나름 악취미다. 허나 세상에 악감정이 있어서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누가 지청구라도 놓으면 낄낄대는 것으로 무마하는 편이다. 더 어릴 땐 지금보다 훨씬 더 길고 지저분할 때가 있었고, 그보다 좀 더 나이 먹었을 땐 짧고 단정하게 다닌 적도 있다. 본격적으로 지금 스타일(?)을 고수하기 시작한 건 10년 채 못 된 것 같다. 딱히 고수하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다. 변화를 주고 싶을 땐 삭발을 고려하지만, 두상에 영 자신이 없다.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가진 유명인으로는 전인권, 팀 버튼, ‘올드보이’에서의 최민식, 그리고 홍대 뮤지션들 중에도 종종 눈에 띈다. 그들 중 친분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어쨌거나, 그들도 나도 이런 꼴로 산다. 한번은 뒷모습만 보고 아줌마로 오해 받은 적도 있다. 뒤돌아보니 웬 진짜 아줌마께서 민망해하셨다. 나는 그저 웃어주었다. 어쨌거나, 이런 인생도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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