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까지 속여가며 등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토지를 가로챈 70대 부동산 브로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허위로 서류를 꾸며 경기 고양시의 1만3,000여㎡의 임야와 전답을 자신 명의로 무단 변경한 후 헐값에 팔아 넘긴 혐의(사기 등)로 부동산 브로커 김모(78)씨를 구속하고 김씨를 도운 공범 A(6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 대상이 된 토지는 1910년대 일제시대에 토지조사 사업을 거쳐 획정ㆍ배분한 것으로 소유자가 등기부에 등록하지 않은 이른바 ‘사정토지’였다. 이 토지는 정당한 소유자의 후손들이 소유자와의 관계를 입증하면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토지의 실제소유자인 B씨의 할아버지는 대한제국의 관원으로 재직하다 1916년 조선총독부로부터 이 땅을 배분 받았다. B씨 집안은 3대째 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세금까지 착실히 내 왔지만 서류상 소유자로 등기를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김씨는 성과 본관이 B씨와 같지만 파가 다른 종중의 회장을 지낸 A씨를 끌어들여 이 땅이 A씨 종중 소유라는 가짜 서류를 만들고 종중의 부지 처분 결의서와 김씨에게 판다는 매매계약서도 허위로 작성했다.
준비가 갖춰지자 김씨는 이 서류를 증거로 A씨 종중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가짜 서류에 의해 전 소유자로 간주된 A씨는 법원의 출석 요구를 받고도 재판에 나가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에서는 이런 경우 재판당사자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간주하는 의제자백 제도가 있다.
결국 법원은 김씨가 이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결정했고, 김씨는 26억3,000만원(공시지가 기준)의 토지를 손에 넣었다. 김씨는 이후 이 토지를 절반에 가까운 14억원에 팔아 넘겼다.
외국에 거주하는 토지 소유자 B씨는 김씨로부터 소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증명을 받고서야 토지의 소유권을 잃은 것을 알게 돼 지난해 말 경찰에 김씨를 고소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이전부터 등기되지 않거나 연고가 없는 부동산을 찾아내 후손에게 소송을 알선하는 전문 부동산 브로커로 드러났다. 동종 전과도 10여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정토지 중 소유권 보존등기가 안 된 부동산은 반드시 보존등기를 해야 이 같은 범죄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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