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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빨간 넥타이, 매지는 못해도 숙소 문 앞에 잘 개어 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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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빨간 넥타이, 매지는 못해도 숙소 문 앞에 잘 개어 두죠"

입력
2015.05.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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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철 아시아선수권 女배구 감독

이정철(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이 28일 중국 톈진 선수촌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이정철(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이 28일 중국 톈진 선수촌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이정철(55)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의 ‘빨간 넥타이의 마법’이 2015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에서도 진행 중이다. 양복 대신 코칭 스텝과 단체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는 게 대회 규정이지만 이 감독 나름의 ‘징크스 피하기’는 여전하다.

14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결승 진출을 이룬 이 감독은 28일 중국 톈진 선수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넥타이는 매지 않지만 경기 때 입을 복장은 숙소 문 앞에 가지런히 개어 놓는다”며 “스스로 일종의‘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데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승률 78%의 빨간 넥타이로 소속 구단 IBK기업은행의 2014~15시즌 챔프전 우승을 이끈 일화로 유명하다. ‘빨간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진다’는 징크스를 ‘빨간 넥타이를 매고 이긴다’는 마법으로 바꾼 것. 대회가 열리고 있는 톈진에서도 현지 한국팬들이 “왜 빨간 넥타이를 매지 않았느냐”고 인사를 건넬 정도다. 사실 넥타이 외에도 시합 전날 구두 닦기, 하루 전 짐 챙기기 등 이 감독 스스로 깨지 않는 징크스가 여러 개다. 그만큼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이다. 이 감독은 “때로는 나 조차도 이런 버릇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한 번은 ‘이제 다 털어버리자’며 다른 색깔 넥타이를 골랐다가 경기 직전 빨간 넥타이로 바꿔 맨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의 ‘유별난’습관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이 감독은 “진천선수촌에서도 선수들에게 우리 목표는 결승 진출이라고 수없이 되뇌었다”고 밝혔다. 마치 주문을 걸 듯 팀의 목표를 주입한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잔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고개를 끄떡거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정철호는 다행히 이번 대회에 큰 변수 없이 결승까지 순항했다. 선수 구성이 종전 14명에서 12명으로 바뀐데다가, 세계예선전 진출에 대한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이 갑작스레 바뀌는 등 예민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이 감독은 “당황스러운 순간들 있었지만 강호 태국과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는 등 의미 있는 결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트의 독사’라는 별명답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위기가 왔을 때 김연경만 찾는 어중간한 배구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나머지 선수들은 김연경 없이도 흔들림 없는 멘탈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높이의 중국, 조직력의 일본ㆍ태국을 넘으려면 모든 포지션이 강해지는 것 만이 살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톈진=글ㆍ사진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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