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재개발사업으로 복합항구 변신
올해 크루즈선 129차례 입항 예정
주말 연안 운항 '원나잇 크루즈'
노을 보며 저녁뷔페 등 근사한 추억
개항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북항재개발사업’이 한창인 부산항 일대가 최근 호화 크루즈선을 타고 내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과거 국내 최대 무역항이었지만 기존 항만 기능의 부산신항(부산 강서구 가덕도 소재) 이전을 계기로 2020년까지 해양공원 등 친수공간과 항만ㆍ상업ㆍ업무 등 복합기능을 갖춘 항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크루즈관광의 새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미국 국적의 호화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11만5,875톤)와 이탈리아 국적 코스타 빅토리아호(7만5,166톤)가 부산항에 입항, 멋진 위용을 드러냈다. 오후에는 두 선박보다 작은 규모의 프랑스 국적 로스트랄호(1만992톤)가 닻을 내렸다. 2,500여명의 관광객을 태운 프린세스호는 감만부두, 1,700여명을 태운 빅토리아호는 영도구 국제크루즈터미널에 각각 입항했다. 소형 로스트랄호는 200여명을 태우고 오는 7월 공식 개장할 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처녀 입항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거 태운 호화 크루즈선 3척이 같은 날 부산항을 입항한 것은 지난해 6월 2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부산의 주요 관광지가 크루즈선에서 내린 6,000여명의 관광객들로 들썩였다.
이번에는 관광객 4,400여명이 터미널에서 가까운 부산 도심 관광지를 둘러봤다. 크루즈선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이날 부산 중구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영도구 태종대 등 부산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봤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들 크루즈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 유커들로 한류 열풍이 몰고 온 쇼핑족이다. 공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선 관광객은 짧은 시간임에도 1인당 평균 약 660달러(약 72만원)를 쓰고 갔다.
부산을 찾는 이런 크루즈선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의 경우 총 99차례 입항해 연인원 19만여 명이 부산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110회에 걸쳐 24만5,000여명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 75%에 이르는 18만1,000명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올해는 총 129차례의 크루즈선 기항이 예정돼 관광객 방문은 2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내국인들도 연안 크루즈의 이색 묘미에 빠져들고 있다. 이동수단으로 배를 타는 게 아니라 바닷바람을 쐬며 바다와 육지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 배를 타는 여행문화다.
최근 부산에서는 바다를 음미하며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독특한 크루즈관광 상품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주말 마다 1박 2일 코스로 부산 연안을 운항하는 팬스타라인닷컴의 ‘부산항 원나잇 크루즈’가 대표적인 예. 이 회사는 부산에 본사를 둔 국내 최초의 국적선 크루즈선사로, 2004년 말 첫 운항에 나선 이후 연평균 1만1,0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웠다. 아직 국내에선 낯선 크루즈관광이지만 바다 위에서 낭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매력 때문에 매회 400~500명의 관광객들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쯤이면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손가방만 하나 든 가벼운 차림의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원나잇 크루즈’에 나서는 ‘팬스타드림호’는 폭 25m, 길이 160m, 2만2,000톤급으로 승선 정원이 681명이다. 배는 터미널을 출발해 조도~태종대~몰운대~해운대~동백섬~광안리 앞바다를 순항한 뒤 다음 날 아침 9시 터미널로 돌아온다. 터미널을 출발한 배가 몰운대를 돌아 해운대에 이를 쯤이면 저녁 뷔페시간이 시작돼 황금빛 바다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때쯤이면 배는 광안대교 앞바다에 정박해 오색 찬란한 부산 야경을 선상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오후 8시40분쯤에는 선상에서 불꽃쇼가 펼쳐져 진한 추억을 선사하고, 마술쇼와 댄스ㆍ노래 공연 등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밤 10시30분부터는 선상 포장마차가 열려 가볍게 술도 한잔 할 수 있다. 이때 배는 광안대교에 가장 근접해 정박, 최고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끔 ‘원나잇 크루즈’를 즐기는 회사원 임영미(32)씨는 “사원들로부터 사내 단합대회를 이곳에서 하자는 이색 제안이 나와 실행해본 결과 사원들 반응이 너무 좋아 정례 행사로 굳어졌다”면서 “선상에서 느낄 수 있는 바다의 묘한 매력, 육지에서 바라보는 항구도시 부산의 멋진 야경 등은 경험하지 않고는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9년째 드림호를 운항하고 있는 김성율(50) 선장은 “매일같이 처녀 운항이라 생각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변화무쌍한 날씨에 항상 대비하며, 전 직원이 승객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사 측인 팬스타라인닷컴은 부산항축제(29~30일)와 바다의 날(31일)을 맞아 오는 30일‘부산항 원나잇 크루즈’의 특별상품을 내놓았다. 팬스타 측은 부산항축제에 참가해 행사참가 스탬프를 받아오거나 행사장 인증샷을 찍어오는 고객에게는 30%의 특별할인율을 적용하며, 바다의 날을 맞아 승선하는 모든 고객에게 20% 할인해주고, 20명 이상 단체고객은 30%, 30명 이상 단체고객은 40%의 할인율을 각각 적용키로 했다.
팬스타를 필두로 부산연안을 즐기려는 당일치기 해상투어도 인기다. 해운대의 티파니21은 선상에서 식사를 즐기며 부산의 절경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유람선. 주간 코스는 런치투어(낮 12시~오후 2시)와 쿠키투어(오후 3시30분~5시)가 있으며, 동백섬~해운대~광안대교~이기대~오륙도를 도는 코스다. 야간에는 디너투어(오후 7시~9시)~나이트투어(오후 10시~자정)가 있다.
같은 해운대의 더베이101 요트클럽에선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다. 누리마루를 거쳐 동백섬~해운대~광안리~광안대교를 1시간여 동안 도는 퍼블릭투어와 일몰 시간만 운영되는 선셋투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요트 전체를 빌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럭셔리투어가 있다. 제트보트, 스피드보트, 반 잠수정,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익사이팅 투어도 있다.
삼주 다이아몬드베이는 부산 용호만에서 운항하는 마이다스720과 울산 간절곶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마이다스 722가 있다. 마이다스 720은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마시며, 1시간 동안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주변 경관을 관람할 수 있는 레귤러 코스와 석양을 보며 무제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문나이트 코스, 일몰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선셋 코스가 있다.
부산항만공사와 관광공사 등은 크루즈 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항만공사는 다음달 10일부터 13일까지 벡스코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동북아 최대 크루즈 국제회의인 ‘시트레이드 크루즈 코리아 부산’을 연다. 부산의 매력을 세계의 크루즈 관계자와 관광객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항만공사는 행사기간 중국과 일본의 항만 관계자들과 한ㆍ중ㆍ일 기항지를 연계한 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공사 측은 한국관광공사, 터미널 운영사 등과 공동 마케팅을 펴기로 하고 조만간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크루즈 선사와 여행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할 예정이다.
특히 부산항은 올해 초대형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한 새 보금자리를 찾는 기념비적인 해다. 7월 개장할 새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북항의 기존 3, 4부두 일대 건설된 터미널은 연면적 9만3932m²,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축구장 13개 크기와 맞먹는다. 외관은 고래의 힘찬 유영과 파도의 역동성을 형상화해 해양수도 부산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연간 278만명 가량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부산항에 입항한 크루즈선 중 최대 규모인 16만톤급 초호화 여객선 ‘퀀텀 오브 더 시즈호’가 첫 테이프를 끊을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까지 부산 동삼동에 있는 국제 크루즈 부두도 확장하기로 했다. 우선 이달부터 440억원을 들여 22만톤급 초대형 크루즈가 입항할 수 있도록 부두를 확장하고 시설을 보강할 방침이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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