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남자가 미국 백악관 상공에 드론을 띄우려다 체포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한 드론 애호가가 술에 취해 드론을 조종하다 실수로 백악관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기도 했다. 이렇게 드론의 사용과 관련해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자꾸 일어나는 것은, 그만큼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앞설지언정, 드론은 정말 흥미로운 기기다.
사실 드론의 탄생은 군사적 목적이 강했다. 수십 년간 군수용으로 발전해오던 것이 최근 다양한 가능성을 내비치며 민간 영역으로 침투하고 있다. 드론은 헬기에 비해 비행이 쉽고 안전하기 때문에, 재난 시에 정찰을 나서거나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도 해낼 수 있다. 상업적인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미 아마존, 구글, DHL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드론의 강점에 눈뜨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도미노 피자는 드론을 이용해 피자를 배달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등 점점 더 생활 속 깊은 분야에서 이 작은 비행체를 만날 수 있게 될 것 같다. 드론과 카메라를 결합한 헬리캠이 방송 촬영에서 널리 쓰이며, 그동안 시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각도에서 항공 촬영이 이루어지게 된 점 역시 고무적이다.
공공분야나 상업용 드론의 활약도 대단하지만, 나는 이 기기가 가진 재미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 이미 키덜트족(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 사이에서는 순수하게 취미를 위한 개인용 드론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 4월, 그룹 신화의 멤버인 김동완이 MBC '나혼자산다'에 출연해 한강에서 헬리캠을 날리는 장면이 방송에 나가자 엄청난 화제 몰이를 했다. 그가 직접 헬리캠을 조종해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까지 공개되며 수많은 키덜트들의 구매욕을 자극한 것. 실제로 김동완이 사용한 기기는 대표적인 드론 제조사인 DJI의 인스파이어1으로 국내 구입 가격이 약 400만 원에 이른다. 상당히 고가의 취미 생활인 셈이지만, 꾸준한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훨씬 저렴한 제품도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 중 최초로 프랑스 패롯사의 드론 전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게 55g의 성인 남자 손바닥만한 작은 기기부터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별도의 컨트롤러가 없어도 스마트폰에 연결해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다. 가격은 크기와 성능에 따라 10만~70만원대 정도로 드론 입문자에게 걸맞다. 초보자도 하루 정도만 연습하면 쉽게 날릴 수 있다고 하니, 이제 곳곳에서 패롯의 드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해외 소셜 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초소형 드론 등 다양한 상품의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 정식 출시된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꽤 적극적이다. 4개의 프로펠러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작은 물체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 어른들에게 아주 큰 유희가 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이루지 못한 어릴적 꿈을 취미로 발현하는 뜻밖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떤 소년들은 파일럿을 꿈꾸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곤 하니까. 이 작은 기기가 대리만족을 안겨준다면 기꺼이 즐김이 마땅하다. 레저용 드론은 시장 규모나 기기의 성능 모두 발전 가능성이 엄청나다. 사용 지역과 안전에 대한 규제가 뒷받침 되어 준다면, 우리의 키덜트들은 앞으로도 즐거운 비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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