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반월파출소, 가정의 달 맞아
고향 못 가는 신임들 부모 초청
아들 근무지 둘러본 부모들 뿌듯

지난 2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 반월동의 한 약국 앞. 순찰을 돌고 있는 안산상록서 반월파출소 박현순(36) 순경을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박 순경의 옷 매무새를 다듬고 등을 쓰다듬어 주며 격려하는 그들은 박 순경의 부모 박영배(62)ㆍ김화자(61ㆍ여)씨 부부다.
이들은 이날 새벽 경북 포항에서 농사일을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아들의 첫 근무지를 들러본다는 설렘에 먼 여정임에도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박 순경은 대학을 중퇴한 뒤 6년여 공부 끝에 지난 2013년 12월 순경 공채에 합격했고 1년여를 대기하다 올 2월 반월파출소에 배치됐다. 학창시절 유도 선수였던 박 순경은 사실 공부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그가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뒤 수 차례 낙방을 거듭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셈.
박 순경의 어머니 화자씨는 “한 번은 서울 노량진에서 공부하던 아들이 ‘엄마 고생시켜서 미안해’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었는데 너무나 안쓰러웠다”며 아들의 고통스런 시험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화자씨는 “내가 너를 똑똑하게 낳았거나 돈이 많았다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될 것을 엄마가 미안하다”며 “전화통을 붙들고 아들과 함께 울었던 적도 있다”고 금새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아들이 ‘14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시험에 당당히 합격, 경찰 제복을 입고 선 모습에 화자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지 않을 수 없었다.
박 순경은 “부모님이 평생 뒷바라지만 하셨다”며 “내 생애 최고의 효도 선물을 한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날 반월파출소에는 박 순경의 부모뿐 아니라 최대영(30), 이한영(28), 장기원(30) 순경의 부모도 찾아 자식들을 안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반월파출소가 새내기 경찰관 부모를 초청해 마련한 ‘파출소 체험’행사 덕분이다.
경북 안동에서 올라온 최 순경의 아버지 현섭(55)씨는 이날 아들이 능숙하게 순찰차를 운전하고 무전을 주고받으며 치안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손을 잡고 주택가를 순찰하는데 주민들이 ‘아들이냐’고 물어 자랑스러웠다”고 웃었다.
‘크로캅’을 꿈꾸며 10년여 격투기 생활을 한 장 순경의 어머니 오계화(61)씨는 “신고를 받고 재빠르게 출동하는 모습이 ‘몸 잘 쓰는 아들의 장기’에도 맞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김광모(50ㆍ경감) 반월파출소장은 28일 “시험을 준비하려면 학원비와 방값, 교재비 등등 한달 비용만 100만원 넘게 든다”며 “어버이날 고향에 못 가는 신임들이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