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공을 던진 건 민병헌(28ㆍ두산)이었다.
두산은 28일 오전 전날 경기에서 나온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당초 심판은 장민석이 공을 던졌다고 판단해 그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지만, 구단은 장민석이 아닌 민병헌이 던졌다고 전했다. 민병헌은 구단을 통해 "야구 선수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민석은 왜 자진해서 퇴장 당했나.
벤치클리어링은 1-7로 뒤지던 두산의 7회초 공격, 선두 타자 오재원이 1루 땅볼로 아웃된 뒤 발생했다. (▶ 동영상 보기) 앞서 오재원은 볼카운트 1B-2S에서 상대 선발 에릭 해커가 와인드업에 들어간 순간 타임을 요청했고 이 때문 해커의 심기가 불편한 터였다. 해커는 1루에서 오재원과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타석에 들어가!(Get in the box)"라고 비꼬았다. 오재원 "뭐라고?(What)"라며 욕설과 함께 강하게 대응했다. 이 때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또 마운드와 1루 사이에 서 있던 해커 쪽으로 공 한 개가 날아왔다. 심판진이 민병헌이 아닌 장민석을 퇴장시키게 만든 '문제'의 그 장면이다.
KBO 관계자는 "본인이 던졌다고 해 장민석을 퇴장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판이 '누가 던졌냐'고 물었을 장민석이 '내가 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며 "경기 후 그 때 상황을 다시 보니 장민석이 던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다른 선수라는 걸 파악했다"면서도 "하지만 당시에는 선수(장민석)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심판 입장에서는 그 선수를 퇴장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 심판 중 한 명이 장민석을 지목했다거나 두산 코칭스태프가 말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장민석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구장에서 가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 때는 경황이 없었다"며 본능적으로 한 행동임을 밝혔다.
◇민병헌은 왜 선배의 퇴장을 지켜만 봤나.
그렇다면 민병헌은 왜 가만히 있었을까. 일단은 민병헌도 심판들이 범인(?) 색출에 나섰을 때 손을 들었다. 던진 사실을 숨기거나 퇴장을 애써 피해갈 의도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KBO 관계자가 밝혔든 장민석의 목소리가 워낙 컸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심판이 더그아웃으로 갔을 때 '내가 공을 던졌다'고 주장한 선수는 민병헌과 장민석, 박건우 등 3명이나 됐다.
이후 민병헌은 숙소에서 괴로워했다. 그는 "경기 후 호텔에 와서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동료가 피해를 보는 것이 미안했고 죄송했다"며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두산의 대처는 왜 늦었나.
가장 아쉬운 대목은 구단의 대처다. 자칫하면 장민석이 징계를 받을 뻔 했기 때문이다. KBO는 이날 오후 2시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장민석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앞서 공이나 물병을 던진 김병현(KIA) 강민호(롯데) 사례를 적용해 벌금과 유소년 봉사 활동 처분을 내릴 것이 유력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이 모두 흥분해서 벤치클리어링과 관련된 질문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다들 조용히 숙소로 들어갔다"며 "오늘 아침 사태 파악을 했다. 민병헌과 선수들 얘기를 다 듣고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만 했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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